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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가짜 만든 조직 밝혀내고 공신력 있는 감정기구 만들어야

정중헌

한국 미술시장에서 고가(高價)로 거래되는 이중섭 박수근의 미공개작이 2700여점에 달한다면 이건 경천동지할 일이다. 진품이라면 미술사를 다시 써야 할 엄청난 발굴이고, 가짜라면 희대의 사기극이고 범죄행위다.
지난 3월 서올옥션 경매로 드러난 이중섭 박수근의 미공개작은 몇개 작품의 진위(眞僞) 여부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우선 2700여점이란 작품이 그들 생전에 그려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살펴야 한다. 만에 하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유족과 친지들 조차 지난 반세기동안 왜 그 사실을 몰랐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귀하디 귀하다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미공개작을 한 개인이 뭉텅이째 갖고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소장자가 인사동 고서점에서 수집했다는 출처 역시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누가보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한 개인의 주장에 휘둘려 일파만파로 파문이 번지는 형국아닌가. 족보도 없는 수천점이 어떻게 나왔느냐는 근원적인 문제보다 진짜다 아니다라는 진위시비로 굴러간다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사태가 일어난 직후에 범미술계가 나서 실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왜냐하면 공신력이 생명인 미술시장 전체를 뒤흔들 전대미문의 스캔들에 휩싸일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러나 미술계는 힘을 모으지 못했고 결국 검찰수사로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10월 7일 1차 발표에서 소장자로부터 제출받은 58점을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명이 친필이 아니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와 함께 그림과 맞지않는 종이 제작연도, 원본을 모사한 흔적과 도상(圖上)을 따온 사례도 발표했다.
그런데도 이중섭 박수근 위작파문이 가라앉지 않고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소장자가 검찰이 제시한 감정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 것이다. 검찰은 미술품의 진위를 판단할수 있는 기관이 아니며 감정위원 선정도 편중됐다는 주장이다. 검찰 또한 위작 가능성만으로 소장자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다. 한마디로 황학동에 나도는 이중섭 박수근 그림을 누군가 진짜라고 우겨도 이를 제제할 권위있는 감정기구가 없고 처벌할 근거가 약하다는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시각과 접근방법을 달리하면 이번 파문을 미술품 위작사건을 해결하는 대책마련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작여부는 집행력을 갖춘 감정기구에 맡기고 검찰은 사건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가짜 만든 조직 밝혀내야
다행히 검찰은 이번 맞고소를 수사하면서 모두 2740점의 이중섭 박수근 미공개 소장품을 압수했다. 이 많은 그림을 어디서 어떻게 수집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출처가 드러날 것이다. 만약 뭉테기 그림들이 특정인에 의해 대량 제작된 실체나 조직적인 위작행위의 증거를 밝혀낸다면 이번 파문은 쉽게 종결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미술품 감정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도상을 어디서 따와 어떻게 변형시켰는지 눈금보듯 환하게 드러나 있다. 소장자 주장대로 이 많은 그림들이 거장이 되기위한 습작과정의 산물이라면 왜 밑그림마다 들쭉날쭉으로 서명을 했으며 공개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금분이나 채색을 썼는지도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이도 의심쩍지만 원화를 대고 그린 흔적에다 미세한 부문의 묘사가 다르고 필력이 육안으로 봐도 허술한 점 등도 광범위한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고 본다.
두번째 이번 파동에 얽힌 커넥션을 면밀히 추적해 실상을 밝히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옥션이 감정협회의 위작 판정에도 불구하고 유족 소장품이라며 이중섭 미공개작 4점을 경매하면서 불거졌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에서 소장자 작품이 일본의 이중섭 유족에게 건네된 정황도 포착됐다. 더욱이 소장자와 유족은 이중섭 영화제작과 묘소 이전이란 명분으로 SBS와 함께 대규모 전시회도 기획했음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침묵하던 이중섭 유족이 이 사건에 개입되었는지, 소장자는 누구와 어떻게 이 작품들을 유통시키려 했는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서 어떤 경로로 미공개작이 쏟아져 나왔는지 밝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건 위주로 수사를 하여 미술시장 주변의 정황과 대비하면 전모가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번 파문에서 현재의 감정제도로는 가짜를 속아낼 구속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감정협회나 검찰이 의뢰한 감정위원들이 위작이란 결론을 냈는데도 당사자가 부인하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와 국회 상임위에서도 이런 취약성을 인식하고 권위있는 감정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예산도 일부 배정됐다. 앞으로 그 기구를 국립으로 할 것인지 민간자율로 할 것인지는 미술계 중지를 모아야할 사안이다. 이번 파동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무엇보다 미술시장이 타격을 받게된다. 화랑에서 경매에 이르기까지 미술시장 유통구조는 신용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너지게 마련임을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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