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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청계천과 용산 박물관에 왜 인파가 넘치나

정중헌

문화시대로의 진입

2005년이 저문다.
올 한해 천박한 말과 아마추어리즘으로 얼룩진 정치는 국민을 답답하게 했다. 풀린다던 경제 역시 삶의 주름을 펴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시대 개막은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 올해의 경사였다. 10월에 청계천의 물길이 열리자 연일 수만명의 인파가 청계천에 몰리고 있다. 불과 두달만에 1000만명이 청계천을 찾았다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덕분에 주변 도로와 상권도 살아나 생기가 넘친다.
10월 하순에 개관한 용산 국립박물관에도 연일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치고있다. 광복 60년이 되는 해에 우리 손으로 5000년 문화유산의 전당을 마련했다는 것은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살리는 역사적인 일이다. 게다가 세계 6위라는 박물관의 위용도 관객을 모으는 요인일 것이다. 위정자들은 청계천과 중앙박물관에 인파가 몰리는 이유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청계천에 천만 인파가 쏠린 것을 서울에 갈곳이 없는 탓으로만 넘겨서는 안된다. 박물관의 장사진 또한 갑자기 문화재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답답한 정치, 얼어붙은 경제에 찌든 국민에게 두 명소는 가슴을 틔어주는 돌파구 역할을 했다. 국민이 바라는 행복은 위정자들이 외치는 것처럼 거창한 허상이 아니다. 돈이 필수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도 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은 개발 독주시대를 끝내고 도심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했다는 의의가 크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의미는 콘크리트로 덮여있던 청계천을 사람위주로 바꿔놓았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산업화와 개발 드라이브에 밀려나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청계천도 도심교통을 위해 복개됐고 그 위에 또 고가도로까지 설치해 도시미관을 어지렵게 했으며 거기서 뿜어내는 매연공해가 숨을 막히게 했다. 이런 흉물을 걷어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하여 시민들의 산책로 겸 휴식처로 되돌려 주었다는 자체는 도시행정이나 환경친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청계천변을 걷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여유롭고 해질무렵 다리 난간에 기대선 연인들의 표정에 흐믓함이 넘친다. 이 여유, 이 만족이 국민이 바라는 작은 행복이다.
용산의 새 박물관에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민족문화의 자긍심도 느끼면서 여가도 즐길 수 있는 볼만한 문화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장사진을 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제 문화다. 정치가 아무리 시끄럽고 경제가 좀체 풀리지 않아도 국민의 마음은 편히 쉴곳과 문화적 즐길거리를 찾고있는 것이다. 생활의 여유를 찾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구가 청계천과 용산 박물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불린다. 문화산업으로 교역의 중심이 이동하고 창의력 개발이 국가경쟁력의 관건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의 내용과 인재양성 방식이 바뀌고 있으며 라이프 스타일 또한 혁명적 변화가 일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 고령화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여가패턴이 변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생뚱맞은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노인세대들은 문화지대에서 소외돼 있다. 가구마다 여가시간이 늘었다지만 살림이 쪼들리는데다 갈 곳 또힌 마땅치 못한 형편이다. 어리이와 청소년들은 컴뮤터와 휴대폰에 매몰려 갈수록 인간성이 메마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청계천 물길이 열리고 용산 가족공원 옆에 문화유산의 전당이 개관됐으니 인파가 그리로 쏠리는 현상은 너무도 당연하다. 두곳 모두 어린이부터 고령층까지 두루 이용할 수 있는데다 문화공간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따지고 보면 청계천이나 박물관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한 공간을 국민에게 되돌려 준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고마워하는 이유는 사람위주로 행정이 바뀌고 서비스 또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문화계도 많은 사고와 문제를 남겼지만 청계천 복원과 박물관 개관은 한국 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성과로 꼽을 만하다. 위정자들은 청계천과 박물관에 몰린 인파들의 문화적 욕구를 정책으로 승화시켜 국가동력으로 활용하고 아울러 국민의 문화향수권을 전국으로 넓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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