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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李白과 杜甫 이백과 두보

정중헌

시선(詩仙) 이백(李白)과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생애 두 번 만났다고 전한다. 744년 초여름 당나라 낙양(洛陽)에서 만났고, 이듬해 가을 노군(魯郡)에서 재회했다. 이백이 44세, 두보는 33세였지만 둘은 함께 노닐며 술잔을 주고 받았고, 작품을 보여주고 문학을 논했다. 두 천재의 만남을 어느 중국 학자는 ‘창공에서 태양과 달의 만남’에 비유했다.

▶‘이별의 술자리도 벌써 몇 날째인가/ 물가의 높은 전각 빠짐없이 다 돌았네/ 언제가 될까 이 석문(石門) 길에서/ 다시 우리가 술단지 뚜껑을 열 날이.’ 이백은 헤어지기 아쉬워 지은 시를 두보에게 주었다. ‘언제나 올까 한동이 술을 앞에 놓고/ 다시 당신과 상세히 문학을 논할 날이.’ 두보 또한 철이 바뀔 때마다 이백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남겼다.

▶중국이 이백과 두보를 신화로 감싸는 측면이 있다면 일본의 중국문학 연구는 보다 객관적이다. 원로 중문학자 마에노 나오아키는 이백을 ‘당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로, 두보를 ‘당대 최고의 리얼리스트’로 평했다. ‘이백, 두보를 만나다’(이원규 옮김)를 쓴 문필가 다카시마 도시오는 일화나 신비로 덮인 그들의 가면을 벗겨 적나라한 모습을 그려냈다. 중원을 누빈 그들의 유랑은 풍류도 낭만도 아니고 힘겨운 생존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에도 두 시인을 비교하는 연구서와 평전들이 나와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 같은 완역이 아니라 시선(詩選)이 고작이었다. 조선 성종 때 두보의 율시(律詩)를 완역한 ‘두시언해(杜詩諺解)’ 25권이 간행됐으나 그후 500년 넘도록 현대 한국어로 옮기지 못한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대 이영주 교수와 강성위·홍상훈 박사 등 3인의 중견학자가 두보의 율시 777수 전체를 현대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큰일을 해냈다. 5년 간 쏟은 집념과 협력도 대단하지만 미지를 개척한 학자정신이 신선하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중국 쓰촨(四川)성 장유(江油)시에서 열린 ‘국제 이백 문화관광절’ 행사에 한시(漢詩) 축전을 보내 화제다. ‘도화담 물 깊이가 천 척(尺)이나 된다지만/ 날 보내는 왕륜(汪淪)의 정에는 못미치리’라는 시구도 운치 있고, 시를 매개로 한 친선 외교 또한 격(格)이 돋보인다. 최근 미국 대학마다 중국어 강좌가 인기이고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추세다. 천년 전 중국 한시들이 왜 새삼 조명되는가. 고전의 향기 못지않게 대국으로 가는 중국 쏠림현상도 무시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2006. 1. 6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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