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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생동하는 문화예술 생활화하는 원년되기를

정중헌


2006년은 문화예술이 생동하는 해가 될 것인가. 연초부터 활기찬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들이 문화예술 지면을 전진배치하기 시작했고, 문화발신자들 역시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영화는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초 장동건 이정재 주연의 ‘태풍’이 바람을 몰고 오더니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역풍을 일으켰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 ‘작업의 정석’과 백윤식을 내세운 ‘싸움의 기술’도 관객을 모았다. 여기에 작품성 있는 ‘청연’까지 가세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킹콩’과 ‘나니아 연대기’를 앞서 나갔다. 한국영화의 이 같은 강세는 다양한 소재와 차별화 전략으로 관객들의 취향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탈북자들의 원한을 다룬 ‘태풍’은 분단국가만의 기막힌 소재를 정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느와르로 풀어낸데다 편집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흥행 대박에 걸림돌이 된 측면이 없지 않다. 연극 ‘이’를 영상화한 ‘왕의 남자’는 짜임새 있는 연출과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볼거리와 재미를 살려낸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소재의 폭과 기술적인 완성도가 한국영화의 관객층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뮤지컬 돌풍

한국영화 못지않게 올해는 뮤지컬이 공연계에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브로드웨이 대작인 ‘미스 사이공’과 프랑스 뮤지컬 ‘십계’ 등 올 한해 70여 편이 각축하는 ‘뮤지컬 빅뱅현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뮤지컬은 이제 거대한 문화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아이다’ 등 제작비 규모가 100억원 대를 넘는 외국뮤지컬의 국내 흥행이 잇달으면서 영화 못지않는 자본이 뮤지컬 산업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작 수입뮤지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무대미술이나 조명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동작까지 그대로 들여와 배우들만 대체하는 외국 뮤지컬은 지나치게 상업화만 부추길 뿐 국내 공연예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뮤지컬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국내 작가와 작곡가를 발굴해 창작뮤지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공연계의 중론이다. 다행히 올해는 쇼적인 요소가 강한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대비되는 프랑스 의 예술뮤지컬이 잇달아 개막돼 관객 반응이 주목된다. 영국과 미국에 비해 열세였던 프랑스 뮤지컬은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시적인 상상력과 감성적인 음악으로 감정묘사에 충실한 독창적인 작품들을 내놔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내한공연에 호응을 얻은 ‘노트르 담 드 파리’가 재공연 되고 4월에는 대형 뮤지컬 ‘십계’가 국내 첫 선을 보인다.
클래식 분야도 관객을 찾아 나선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은 베토벤 전곡 연주의 서막을 중랑구민회관과 구로 연세중앙교회 등에서 열어 수만 관중이 운집했다. 기획사들도 스타성 있는 연주자를 적극 발굴하고 홍보와 판매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의 관객서비스로 클래식 팬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영화와 뮤지컬의 강세에 밀려 다소 침체했던 연극계도 올해는 심기일전해 관객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우선 연극의 영화화 또는 영화의 연극화를 적극 시도하여 관객의 시선을 끄는 화제작을 내놓는다는 기획이 돋보인다. 영화나 뮤지컬이 대형화하는 추세인 만큼 연극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차별화와 개성화를 내세워 연극 특유의 극적 완성도와 현장감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대학로에 연극전용 극장이 꾸준히 늘고 있어 연극은 여전히 매력 있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미술분야도 올해는 활성화를 기대해 봄직하다. 지난해 K옥션의 가동으로 경매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고 천경자 작품전 등 내실 있는 기획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화랑이 생기를 찾는게 관건이다.
21세기가 문화의 시대임은 예견됐지만 예술과 문화산업의 발전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다. 수치로는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지 못했으나 우리의 여건이나 의식수준은 문화의 생활화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 5일 근무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도 문화소비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경제다. 경제가 풀리지 않으면 문화생활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올해는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 보인다니 문화비를 늘릴 여지가 생길 모양이다. 연초에 계획을 잘 짜면 좋은 공연 몇 편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예술의 생활화로 정신적 여유와 인생을 즐기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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