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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만물상] 아시아 현대미술

정중헌

세계 최대의 미술시장은 뉴욕이다. 시장의 중심은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 특히 현대미술 파트다. 크리스티 한 곳의 작년 한 해 현대미술 낙찰 총액은 1억9110만달러(약 1911억원)에 달한다. 피카소나 모네 등 근대미술의 인기가 주춤한 반면 제스퍼 존스와 로이 리히텐스타인 같은 미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사진예술의 가치도 치솟아 리처드 크리스의 ‘카우보이’가 124만달러(약 12억원)에 낙찰됐다. 데미안 허스트 등 ‘젊은 영국미술(yBA)’과 마르쿠스 루퍼츠 등 독일 신표현주의 계열도 뉴욕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이 회화성과 희소성으로 각광받고 있다면 허스트는 상어나 비둘기 등 죽은 생물을 사용해 충격을 던졌다. 동독 출신 루퍼츠는 통독(統獨) 후의 사회적 혼란과 소외를 강렬하게 표현해 인기가 높다.

▶그런 뉴욕 미술시장에 최근 중국 현대미술 작품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더비가 작년 10월 홍콩에서 연 중국 현대미술 경매의 낙찰가는 900만달러로 목표액의 두 배를 달성했다.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는 위에민쥔으로 그의 작품 ‘굉굉’은 예상가보다 10배나 높은 64만달러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2004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그는 이를 허옇게 드러낸 과장된 인물상으로 현대 중국인의 정서를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한류(韓流)도 뛰어들었다. 3월 말 뉴욕 소더비가 연 제1회 아시아현대미술 경매에 한국작가 24명의 작품이 나와 23점이 낙찰된 것이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 중 한 점이 4만8000달러(약 4800만원)에 팔려 한국 사진예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대미술의 개척자 이우환이 평가받은 것도 의미 있지만 7㎝ 높이 조각을 만든 함진 등 젊은 화가들이 투자대상에 오른 게 무엇보다 큰 성과다.

▶세계 미술시장이 현대미술에 쏠리는 주된 이유는 컬렉터들이 젊어진 데다, 과거 흐름을 뛰어넘는 혹은 그 흐름을 거스르는 뭔가 다른 ‘신선함’을 현대미술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주가 상승 역시 거기에 서양미술에 없는 이야기와 느낌이 흐르고 있어서다. 중국 현대미술에는 문화혁명의 충격과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가 꾸밈없이 담겨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들의 구매력도 무시 못한다. 한국미술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면 남과 다른 주제와 독창성, 그리고 국력의 뒷받침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 조선일보 2006.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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