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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순수와 열정의 초심으로 돌아가 감동 주는 예술을 기대

정중헌

인사동이나 강남의 화랑가를 들러보면 실망할 때가 적지 않다. 어쩌다 가슴에 와 닿는 작품도 만나지만 시각적인 충격이나 감동을 주는 작품을 찾기가 힘들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아트페어에 가봐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럴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요즘의 작품들이 순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별로 새롭지도 않은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소재나 형식이 다양해졌고, 기획이나 전시방식도 발전했는데 눈길을 끄는 전시회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기획전이나 개인전이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예술혼과 순수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가난하고 작품이 팔리지 않던 시절에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넘쳤고 작품 또한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순수성이 깃들어 있었다.
< 그런데 요즘은 너도나도 팔기위한 전시회에 연연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중진과 중견들은 물론이고 신인들마저 마케팅을 위주로 하다 보니 장식성이나 기교만 현란할 뿐 예술적인 아우라가 깃들어 있지 않다보니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케팅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되면 예술 본래의 순수성을 잃게 마련이다. 파는 것을 전제로 한 작품에는 영혼이 깃들 여지가 없다.

옛 소련의 현대미술이 서방세계에서 주목받고 최근 중국 미술이 미국에서 각광을 받는 요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에 갇힌 폐쇄사회에서 예술가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예술에 정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성에 물든 예술과는 달리 순수하게 예술성을 추구했기 때문에 서구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를 받은 것이다. 모방이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오로지 예술에만 매진한 순수와 자유분방함이 서구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본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한때 이란 영화가 상을 휩쓴 것도 같은 이유다. 폭력과 섹스가 범람하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어린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가 묻어나는 이란 영화가 시선한 감흥을 안겨준 것이다.

<순수성과 예술혼이 깃든 작품이 살아남는다
필자가 본 전시회 중 뉴욕에서 열린 반 고흐 특별전이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 있다. 고흐의 작품들은 기법이나 색채도 경지를 넘어섰지만 작품마다 영혼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울림이 있다. 그런 반 고흐가 생전에는 작품을 팔지 못했다. 연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에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운집했다. 국내 작가 전시회는 한산한데 해외작가 특별전에만 관람객이 쏠리는 현상을 문화 사대주의로만 비판할 일은 아니다. 각박한 현실에서 예술의 향기와 감흥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으로 읽어야 한다. 국내 화가 중에도 박수근과 이중섭, 김환기와 장욱진, 유영국과 천경자 등의 작품이 고가로 거래되고 애호가들이 많은 것은 이들의 작품에 순수성과 예술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이버와 인터넷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는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 문명의 이기에 함몰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움을 타고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것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인간끼리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고 가상현실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아우라를 체험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광고와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순수를 찾고 싶어 한다. 테크닉이나 감각적인 재미에 기울다 보니 자연과 순수로 회귀하려는 반작용 심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예술이 원시성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마저 상업주의의 노예가 된다면 인간은 더욱 소외되고 만다. 이들을 보듬고 생의 활력을 주는 것이 예술가들의 소임이다. 미술도 상품 가치만이 아닌 인간의 감성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올해부터라도 예술가들이 예전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싶다. 춥고 배고프더라도 예술가의 자존심 하나로 순수한 열정을 불태웠던 그런 자세로 회귀하기를 바란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영혼의 울림 같은 순수가 배어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그런 작품이 팔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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