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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문화대통령과 수용자 중심의 새 문화정책

정중헌

대통령 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았다. 여권은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한나라당은 경선 후보들이 등록하고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앞으로의 대선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으나, 지금쯤은 주자별 문화비전이나 예술 정책이 나와야 할 때이다. 그러나 어느 캠프에서도 문화예술 이야기는 별로 들을 수가 없다.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은 정권교체 여부이다.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로 보면 한나라당 경선에 나선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6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 캠프의 선대본부에 많은 인물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으나 문화예술 직함이나 문화예술인들의 면면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뒷전에 밀려난 인상을 주고 있다. 다른 후보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경제 살리기와 선진국 진입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외교와 안보, 북한 문제도 쟁점에 올라있다. 하향 평준화로 뒤쳐진 교육을 누가 개혁 하는가도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는 후보라면 문화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 문화시장을 자임했다. 여성으로 대권에 도전한 박근혜 후보도 문화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문화대통령은 지향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읽은 후에 국민들 편에서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는 생명공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났고, 주 5일제 실시와 재택근무로 일하는 시간보다 여가시간이 길어졌다. 가상현실과 인터넷 커뮤니티로 요약되는 미래사회는 꿈이 현실로 이뤄지고 생활의 편리로 행복이 보장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차가운 매체가 지배하는 미래사회는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들 것이라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와 여가 시간의 확대로 길어진 삶을 어떻게 가치 있고 보람 있게 사느냐가 관건이다. 기후 변화로 자연마저 재앙을 불러올 불안정한 사회에서 인간의 삭막함을 용해시켜줄 치료제는 문화예술이다. 기계가 아닌 인간끼리 대면 접촉으로 정을 나누고, 가상이 아닌 현실의 아우라(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촉매가 문화예술이라는 것을 대선 주자들부터 인식해야 한다.
< 거창한 정책보다는 작은 문화의 생활화
다음 정권에서 정책의 우선순위에 문화를 빼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문화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환경을 개선하고,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대도시에 살던 지역에 살던 문화 소외자가 없어야 한다. 누구나 가까운 동네에서 문화예술을 향수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문화 복지 실현이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문화산업도 중요하고 기초예술 육성이나 창작인 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다음 정권에서는 문화정책의 중심을 수용자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가‘부의 미래’에서 갈파했듯이 국민 각자가 생산자 겸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 시대가 성큼 다가섰다. 기업들이 이에 맞춰 소비자 중심의 감동경영으로 체질을 개선하듯이 문화정책도 수용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거창한 정책이나 프로젝트를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수용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지역사회나 민간단체가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만 하는 시스템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커다란 문화공간을 만들고 인위적인 축제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문화정체성이나 브랜드 이미지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문화예술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국민에게 정서적 여유와 삶의 활력을 주는, 작지만 필수적인 문화공간부터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하루 일과를 끝낸 가족들이 가까운 동네에서 이웃들과 둘러앉아 예술을 감상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택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문화의 생활화부터 추진해야 한다.

라이프사이클이 변한 만큼 야간문화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입시에 밀려난 예술교육을 어려서부터 체계화 시켜야 한다.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가 문화예술 교육에서 나오는 만큼 선진국처럼 <예술교육 국가 표준 교과서>를 만들어 국민 교양의 수준을 미래 사회에 맞게 끌어올려야 한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던 이 같은 문화마인드로 정책을 펴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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