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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한국 미술, 기형 구조 바로 잡고 신뢰 회복에 나서야 산다

정중헌

신정아씨가 가짜 학위로 교수가 되고 광주 비엔날레 공동 감독이 되는 넌센스는 한국 미술계의 기형적 구조가 곪아터진 것에 불과하다. 감정결과 가짜로 판명된 유명 화가의 그림이 대형 옥션에서 거래되고, 이중섭 박수근 위작이 쏟아져 나와도 대책이 없는 지금의 미술계는 이대로 가다가 또 어떤 대형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 천만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 미술계는 주객이 전도돼 버렸다. 미술품 창작의 주체인 화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고 미술시장의 기본이 되는 화랑 역시 옥션이나 아트페어의 위세에 눌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한 판화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40~50대 중견 작가들은 설자리를 잃은 채 몇몇 인기 작가와 고가의 외국 미술품 위주로 시장만 과열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있는 것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부채질 하는 것이 미술저널리즘이다. 요즘 신문 방송을 보면 온통 미술시장 기사로 채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품이 돈으로 평가되고 감상이나 애호보다는 투기나 부의 과시로 왜곡 되는 행태는 미술계를 병들게 할 뿐이다. 옥션에서 어느 작가의 작품이 수백억 원에 낙찰되고, 얼마 전 열린 아트페어에서 전시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은 분명 뉴스일 수 있다. 세계미술시장에서 중국 작가의 미술품이 인기 있고,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흥미 있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시장정보나 투자 안내가 미술의 전부는 아니다. 미술품이 투자대상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거래하려면 미술에 대한 이해부터 넓히고 감상하고 애호하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중국미술품을 사들이고 해외 아트펀드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과 다를 것이 없다.

한국 미술계가 정상 궤도를 찾으려면 작가와 그들의 창작품에 주목하는 풍토부터 조성해야 한다. 작가 정신과 창의성은 물론 산실의 창작과정을 널리 알려야 한다. 매스컴은 작가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위해 혼신의 열정과 인고를 겪는 예술가임을 부각시키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비평가들 역시 제 몫을 다해야 미술계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미술계 기형구조는 바로 잡아야한다
다음은 화랑들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 실력을 갖춘 큐레이터외 함께 전문성을 살리면서 화가와 작품성을 콜렉터는 물론 일반에게도 폭 넓게 홍보해 애호층을 넓혀야 한다. 미술품이 미의식과 창의력, 대중의 정서를 풍요롭게 해주는 예술임을 인식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화랑의 사명이다.

그러자면 팔리는 작품, 팔기 위한 전시회를 지양하고 미술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축제 같은 전시회, 감동을 주는 전시회가 열려야 한다. 화가 천경자는 작품을 축제처럼 연출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박수근 이중섭의 기획전은 감동을 안겨 주었고, 장욱진 김환기의 전시회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요즘은 이 같은 국내 화가들의 전시회를 찾기 어렵다. 인상파 작품 위주의 블럭버스터 전시회가 대형 전시장을 채우고 있지만 볼만한 국내 작가의 개인전이나 기획전이 없는 것도 기형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감정평가 역시 부실한 실정에서 미술시장이 과열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옥션이나 아트페어도 미술품을 파는 데만 급급해서는 시장을 넓힐 수 없다. 미술을 감상하고 애호하는 인구를 넓히기 위해서는 팔리는 인기 작가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역량 있는 신인 작가의 발굴과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의 한국 미술계는 과실만 따려하지 씨를 뿌리고 가꾸는데는 소홀하다. 대중들 또한 미술을 생활 속에 끌어들이기 보다는 투자대상으로만 여긴다. 이런 풍토가 계속 된다면 한국미술은 또 어떤 위기를 맞을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지금이라도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고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미술계가 다 함께 나서야 한국 미술이 살고 시장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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