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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인 창작 작사 작곡가 모임 발족에 대해

탁계석

▶ 예술은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일전 매스컴에 예총, 민예총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진실한 창작자나 무대 공연현장의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예총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그쪽 코드에서 정권을 잡았다 해도 그렇게 요직을 싹쓸이 할 수가 있느냐며 눈살을 찌푸린다. 문제는 절대 다수의 예술가들이다. 이쪽, 저쪽도 아니지만 뭔가 잘 풀려 자기가 노력한 만큼 성취 가능한 예술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기반이 잡히지 않은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생활고로 작업에 전념할 수 없는 오늘의 혼돈이 무겁게 느껴질 뿐이다.

이래, 저래 조용하기는 틀린 것 같고,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며 산이나 바닷가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인간 심성의 순수성이 오염되면 그만큼 예술의 창의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100인 창작 작사 작곡가 모임’이 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세태는 선율음악이 점차 사라지고 신나게 두들겨 패는 음악이 시장을 장악한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두드리면 열리는 것도 있지만 닫히고 죽는게 더 많다. 이제 두드리는 것 보다 정화된 내면으로 변화하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수들마저 노래를 잃어버렸고 춤으로 말하다보니 기존의 음반시장이 붕괴되어 버린다.




▶ 클래식- 대중가요 이분법 버리고 좋은 음악 만드는 모임

그래서 ‘100인 창작 작사 작곡가 모임’은 잃어버린 선율을 찾고 그 서정의 울림을 회복하려는 운동이다. 즉 창작에서 대중-클래식의 이분법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이 전제 된다. 그러지 않아도 이제 성악은 대중이 좋아할 몇 몇 레퍼토리는 거의 바닥이 드러난 듯 하다.

오, 솔레 미오, 축배의 이중창, 여자의 마음,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여, 공주는 잠들지 않고 등등... 그러다보니 평론가의 귀는 고통스럽다. 창작이 이를 개선해고 길을 열어야 한다. 아직도 성악가들은 창작 곡은 악보를 보며 부르는 게 관행으로 되어 있다. 알게 모르게 창작 곡에 우월 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 물론 설익은 아티스트들이 뭘 몰라 그럴 것이다. 이래서는 제대로 될 리 없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 음식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맛을 결정하듯 모든 게 정성이 담겨야 공감을 줄 수 있다.

지금은 달라지고 있지만 예전의 많은 창작 발표회는 너무 지루했다. 심하게 말하면 청중을 쫒는데 열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창작하면 거부감부터 나타낸다.

일전 프랑스에서 메일이 왔다. 파리의 연주장에서는 창작 발표회 마다 청중들이 가득 넘친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전 음악회 연주를 따분하고 지루해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청중들이 창작의 맛을 아는 것이고 가까운 일본도 티켓이 잘 팔린다고 한다. 창작이 신선하게 유통되는 시스템이 조성된다면 창작은 연주계와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간은 무엇이 문제였나. 창작을 가장한 함량 미달의 창작이 문제였다. 기초도 안 된 사람들이 현대음악 한다고 혼돈을 주니 청중은 더욱 혼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작=현대음악”으로 이해하고 괴로웠던 체험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제 그간 잘못된 인식 오류를 씻기 위해, 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창작의 당위정도 만들고, 관객 유도 장치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불필요하게 대중- 클래식의 편을 갈라놓고 기득권 보호에만 집착한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창작은 생명력이 있어야 경쟁력도 생긴다. 이제 좀 솔직해지고 창작자의 양심을 회복하자.

사실 아시다시피 대중음악 한 곡을 히트시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가요에는 멋진 가사들이 너무 많다. 이런 시들이 가곡에는 부족하다. 노래를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운율 없는 시에 곡을 붙이자니 어색하다. 그러다보니 시의 소재가 옛날 것이어서 시대감각에도 맞지 않는다. 이번 창작 100인 모임은 과거의 잘못된 기득권 보호나 대중- 클래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허물고 좋은 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노래를 잃어가는 세상에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


▶ 독창적 세계 구축은 창작이 필수적

가수 이문세는 그의 발표회를 콘서트-독창회- 오페라란 부제를 써가며 업그레이드 시켜 가요계의 수준을 끌어 올린 성실한 가수로 알고 있다. 노영심 역시 그만의 팬과 레퍼토리를 가진 창의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쇼팽과 베토벤만을 치지만 그는 자신의 곡을 친다. 임동창 역시 그가 만든 한국적 화성과 한국형 피아노 음악의 영역을 개척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사 어떤 분이 가지고 온 CD를 통해 그 유명한 장사익의 첫 앨범 노래를 들었다. 스스로 터득한 발성과 탁월한 가창력, 환하게 열린 소리의 장쾌한 맛에 화들짝 놀랐다. 내가 이 노래를 이제 사 듣다니. 점차 가곡이 외소해지고 불려지지 않은 책임은 사회문화 흐름도 있고 방송사의 외면도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작곡가나 연주가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좋은 시인, 작곡가들이, 또 가곡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는 후원자, 레코딩 프로듀서, 악보 출판업자, 가곡 음반의 디자이너 등이 후원 조직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다시 지난 시절의 가곡 열풍만큼 되돌려 놓지 못한다하더라도 노래를 잃지 않고 정서적 풍요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하자. 노래 없는 세상은, 노래를 잃은 마음은 삶을 권태롭게 한다. 노래야말로 신의 축복이 아닌가. 새 옷을 입듯 오늘을 아름답게 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자. ‘100인 창작 가사 작곡가 모임’의 큰 활약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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