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8)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

탁계석

이별의 인천 정거장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고...못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로 이어지는 흘러간 옛 가요를 잘 알 것이다. 지금이 꼭 그런 때가 아닌가 한다. 인천 국제공항은 新 유정천리 이별의 정거장이 되고 있다. 유학과 여행으로 매월 1조원이 빠져나간다고 하니 돈이 없는 사람에게 없는 것이지 있는 사람에겐 넘치나 보다.
예능계의 조기 유학바람도 더 거세어졌다. 앞으로 예술학교, 대학 모두가 심각한 운영에 직면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일부 학부형들은 선생들한테 시달려 못살겠다고 야단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씀씀이는 그대로인 선생들이 옛날 탐관오리 농민 수탈하듯 학부형들을 죄인다는 것이다.
콩쿨이다, 캠프다, 고액 레슨비, 이런 저런 명목으로 준조세 교육비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뜨는 게 남을 것이란 판단들을 하는 것 같다.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교육, 내 제자, 네 제자 편 갈라 줄 세우고, 학교 떠나면 ‘팽’ 시키고 졸업하면 실업자 되고... 이런 관행이 벌써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모두가 자업자득이요 심은 대로 거둔다.
하루가 멀다 않고 들리는 국제 콩쿨, 재능의 우수성은 대단하지만 우승 하면 뭣하나. 현지 적응은 어렵고 그 이면에는 이태리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은 이미 손을 털고 뒤늦게 중국, 필리핀 등 후발국들의 경쟁인 것이다. 세계 예술 판의 끝물을 타고 있는 것이다.
묻지 마 유학은 냉혹한 책임 묻게 돼 이쯤에서 예술을 좋아하는 것과 직업으로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별과 인식전환을 뚜렷이 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기러기 아빠까지 감수하고 10수년 외국 명문대에서 공부 하고 돌아와 민간오케스트라에 입단해 코피 터지도록 일하고 100만원 남짓이라면. 결국 애초부터 자생의 뿌리 갖지 못한 예능에 대한 열망은 갖은 고생 다하고 재산 털어 넣어 공부하고서도 고작 2-3년쯤 하다 시집가고 마는 것은 안타까움의 극치다. 오케스트라에서 점점 남성이 희귀종이 되어 가니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음악의 性比가 무너지니 그림도 좋지 않고 사운드도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제무대에 나가면 남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설상가상 여성들은 혼기까지 놓쳐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과시욕에 사로잡힌 묻지 마 유학은 평생 고통을 안겨 주며 물을지 모른다. 예술이 장난일줄 아냐고?




예술로 살아남는 것이 예술가
언제까지 모든 것을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풀이적 가문의 영광이어야 하나.
이 모든 것이‘꿈’이거나 ‘착각’이거나 간에 우리 속의 거품을 걷어야 한다. 예술계도 품종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중간에 변질되어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들을 걸러내는 정화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작품도, 작가도 아닌 것이 더 그럴 듯 하게 포장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라톤 선수에 대학 교수 없듯 ‘대학’과 ‘현장’을 분별 못하는 까막눈 사회의 계몽을 위해 공공기금을 쏱아 부어야 한다.
아무튼 현장에서 목숨 걸고 죽어라 뛰는 전업 작가들이 살아서 밥이라도 먹는 세상이 와야 한다. 진정한 작가가 존중받고 교육자는 교육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정도가 아니겠는가.
스포츠에 딱 배울게 하나 있다면 양다리 걸치는 이중직이 없다는 점이다. 그라운드의 선수와 코치가 구별되듯 우리 예술계도 대학 선생이 아닌 전업 화가나 프로 음악가, 프로 무용가가 문화 현장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후진국인 우리 예술 판에선 프로가 죽고 아마추어가 사는 이상 온난화 현상 때문에 각종 기형 예술들이 자라 진품을 죽이고 있다.
이제 우리 창작과 우리 작가가 제 능력을 발휘하고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밭을 다시 갈아야 한다. 죽어도 된장국을 먹어야 하는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