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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봄이 오는 길목에서

탁계석

시냇물이 흐르듯

청소년이 아니라 인생을 정리할 때라면 꿈을 버리는 것도 상쾌한 일이다. 꿈이 아니라 과다한 욕망은 자칫 잠자리마저 해칠지 모른다. 껍질을 벗으면 벗을수록 맑게 열리는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시인이 이가 다 빠지고 나니 더 투명해지고 순하게 보였다 했던가. 사물을 직관하는데도 힘이 적지 않은 왜곡을 가져오는 경우를 본다. 뭔가를 일궈내고 추진하는 게 동력이지만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막연한 기대감에 충전되어 에너지를 방전 시킬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봄이 온다. 얼음을 깨고 흐르는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연주회장의 사운드보다 훨씬 즐거운 예술이다. 그래서 연주회장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점차 줄어든다. 명색이 평론가의 직업이지만 세상에서 만든 음악 가운데 꼭 듣지 않으면 안 될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듯 해 아쉬운 마음이다. 오늘의 연주가들은 테크닉이 발달해 예쁜 소리와 현란한 기교는 자랑하지만 깊이와 감동의 무게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가벼워지는 디지털 사회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창작이 살아야 문화가 산다

창작에 대한 지원이 없다하여 지원 필요성을 외치던 것이 오래전인데 하나를 말하면 또 이내 그 역기능이 도사리고 있어 이래저래 힘들다. 창작 오페라도 그 중의 하나다. 일정 요건을 충족시킨 신청에 대해서 지원을 하지만 작품다운 작품을 보기가 가뭄의 콩 같으니 공공 기금의 효율성을 찾기가 힘들다. 사실 투명성, 공정성을 열심히 외치다 보니 일정한 규격과 형식에 의한 심사가 이뤄지지만 결과 누구도 회계나 탈법적 책임에서는 벗어날지 모르지만 예술 작품을 평가한다는 게 그리 쉽지 많은 일이다. 그러나 창작 지원금이 미숙아를 양산하는 촉진제가 된다면 큰일이다. 사실 미숙아야 인큐베이터에서 잘 키우면 되지만 잘못된 컨셉의 창작품은 정작 장기 투자적 지원 대상이 되어야 할 작품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형평성의 재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1회로 실적이란 기록만 남긴 체 영원히 묻히고 만다고 생각 할 때 그게 만약 내 호주머니의 돈이었다면 입장이 어떨까.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오페라 작업에 대한 원인을 분석 중이다. 그것은 오페라에 대한 오해와 성급한 시도에 있다. 비유컨대 연립 주택도 안 지어 본 작곡가들이 너나없이 오페라 작업에 뛰어드는 무모함은 세분화된 작곡의 특성을 무시한 월권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실험의 기회를 주는데 인색해서도 안 되지만 아무리 권유해도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양식 정도는 있어야 한다.
작곡 했다고 모두 오페라 쓴다면 화가는 무슨 그림이나 조각도 다 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면 모든 병을 고친다고 믿는 시골할머니의 논리와 뭐가 다른가. 우리 지원정책에 이런 것들이 교묘하게 숨어들어 있지만 뱅크 시스템의 심사위원들이 이를 어찌 알 것인가. 눈도장 찍기 연주회가 아니면 연주회장 한 번 안가는 게 해당 교수들인데 이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주관을 가지고 해야 하는 직업 평론가의 역할이 점차 왜소화하고 있다면 언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전문가외 비전문가의 구별을 모호하게 처리하면 공공 기관이야 편할지 모르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길 문화재단도 머지않아 경쟁 시대가 도래 할 것을 생각하면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 각 분야에는 굳건하게 평가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예술 분야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평론가의 자질 시비도 없지 않겠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공공 지원의 기능은 그간 무얼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해 몇 천억이 될 뮤지컬 시장만 보아도 이제 공공 예술단체의 역할이 현실에 적합한가를 따져 붇게 할지 모른다. 오죽하면 국립극장이 목소리를 높여 내부의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었을까. 지자체의 체면 유지를 위해 만든 시립단체가 있다면 살아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에 거는 기대

오는 3월 서울시향을 끌어 갈 선장 마에스트로 정명훈에 거는 기대가 무엇일까. 세계적인 수준의 악단을 만들겠다, 한강에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한다, 한 걸음 나아가 대중음악 콘서트 장과 뚝섬 연주장, 이미 문을 연 노원예술회관 그리고 충무아트홀 뿐만 아니라 용산 박물관내 콘서트장 등 봇물 터진 듯 한 연주회 건립 소식은 문화 예술 풍년이 된 듯 배가 부르다. 문화 시장으로 남기를 원한다는 이명박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정명훈의 시향이 우리 예술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예화된 단원과 상향된 보수체계는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외국 악단에 뺏긴 청중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급한 기대 보다 그간 미루었던 과제들을 천천히 풀어가는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 분명한 것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말만큼 쉽게,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 다는 사실이다. 산을 불도저로 밀어 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케스트라의 예술은 오랜 세월 공들여 숙성 시켜가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과 예술이 다른 점이다. 아무튼 봄소식 만큼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비약적인 발전과 예술행정 전반에도 혁신의 봄바람이 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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