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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예술의 속성 재배 재앙 막고 진정한 즐거움 생활화해야

탁계석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경우. 열심히 길인지 알고 같더니 막힌 경우. 기초가 부실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건물, 명품에 사족을 못 쓰면서도 명작 감상이나 그림 한 점 살줄 모르는 허황된 사치. 더 크게, 더 원색적으로 경쟁하는 간판 공해,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밤무대 연상케 하는 뽕짝 확성음, 한적한 시골에 십 수층 아파트로 경관을 파괴시키는 이기주의, 친일 운운하며 예술가를 매도하는데 편향된 민족주의자.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나라답지 않은 문화적 낙후성, 천박성, 나만 아는 이기적 행태가 무질서를 이루는 주범이다. 이런 사회적 미성숙함은 혼란을 틈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나타난다.

모든게 빨리 빨리 성장하면서 놓친 것들이다. 이런 속성 성장 사회에서 우리 예능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졸업 때 까지 배우던 피아노가 이제는 1, 2학년에 머물고 만다. 계속한다고 해도 강요나 목적성이 너무 강해 싫증을 느끼게 되고 이런 강박의식이 평생 예술과의 거리감을 만들어 버린다. 자연스러움이나 즐거움을 잃은 영재 만들기는 조기에 반짝 효과는 거둘지 모르지만 성장하면서 이내 한계를 느껴 유학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다. 눈앞의 콩쿨은 단기성과를 위해 자기 체험, 자기 과정을 간과시킨다. 빨리 열매를 따려니 선생이 하라는 대로 OX 문제 풀 듯 암기식 테크닉 전수다. 이는 고속버스가 휴게소에 멈추었을 때 번호표를 나눠주고 모두 당첨시키는 고전적 수법의 사기나 다를 바 없다. 진정한 콩쿨은 콩쿨 후가 더 중요한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는 사기꾼처럼 돌보는 경우가 없다. 물론 콩쿨이 목표를 주고 동기 부여를 하는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오도 하는 게 문제다. 그 결과 전국에 수 십 만개 예능학원이 몇 십 년간 원생을 가르쳤다면 관객 기반이 이토록 형성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갈수록 아이들의 상상력은 퇴화하고 영악해져 조로현상마저 심각하다. 이제부터라도 목적성을 가진 예술 교육이 아니라 생활 속에 즐기고 향유하는 진정한 즐거움의 예술로 사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 안목에서 예술가들의 현실 타개책이기도 하다.

예술을 놀이로 생각하고 즐겁게 놀다 끼가 발동하면 그때 예술을 해도 된다.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지나치게 기획 상품을 만들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것은 스스로 무덤 파는 재앙을 부른다. 예술의 특성상 조기 재능 발견과 차별화된 교육을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조기 교육의 결과가 막다른 골목길을 열심히 달리는 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하나의 성공 모델이 주어지면 숨 고를 틈도 없이 성급하게 뛰어들고 보는 성급함이 결국 당신의 자녀를 망치고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데 유념해야 한다. 이제 포화 상태를 넘어선 예술계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전공하는 것과 애호하는 것에 분별력을 키워야 한다. 다양성과 균형 잡힌 사회의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길 같은 예능 교육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녀들과 이웃이 함께 어울리는 가족 음악회 한번 열줄 모르는 맹목과 예술적 소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러다보니 오늘의 젊은 연주가들 가운데는 도대체 감동 없이 테크닉 자랑만하다 무대를 내려오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비온 후의 과일처럼 맹탕인 것이다. 음악에 색감도 없고 상상의 세계도 없고 가슴 울리는 진한 감동은 더더욱 없다. 그림 하는 아이들이 음악회장 한번 찾지 않고 거꾸로 음악 하는 아이들이 전시장 한번 찾지 않는 획일성을 극복하자. 장삿속 콩쿨 때문에 콩 볶듯 바쁘기 때문이다. 예원, 예고생들도 이런 전철을 밟기 때문에 모 예고는 졸업생의 5% 미만이 활동을 할 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예술과 담을 쌓고 산다고 한다. 원인을 모르는 무지한 어른들이나 이를 시장 논리쯤으로 관용하는 사회의 어리석음이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공공 기금은 바로 이런 환경 개선과 계몽, 문화 질서를 바로 잡기에도 쓰여야 하는데 열심히 잘못된 평준화만 하는 것은 아닌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열매가 없는 것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기 병을 자기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은 현명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문화정책도 마찬가지 오류에 빠져 있다. 수 십 년간 형식적 보고서 만들기로 땜을 해왔으니 피부로 느껴지는 문화정책이 숨 쉴리 없다. 이제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한시적, 소모성 예술이 아니라 생활 속에 베어드는 진정한 즐거움의 예술 확산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을 때 예술 환경은 점점 앞서 열거한 형태로 망가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장르간의 소통을 위해 어른들이 새로운 마당을 펼쳐야 한다. 마음껏 뛰어 놀며 해지는 줄 모르는 모래장난처럼 예술의 놀이화가 필요하다. 21세기 문화광장은 화랑, 전시장에서의 음악회를 더욱 활성화하고 예술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생활의 예술화 운동을 펼치고자 한다. 따라서 전업 작가들이 사회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호인을 육성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음호부터 탁계석의 예술산책은 ①음악가의 그림 잃기 ②화가의 음악 듣기로 타 장르 예술에 대한 이해로 폭을 넓혀 가고자 한다. 아울러 ③음악가들의 갤러리 콘서트도 신청에 의해 펼쳐나가고자 한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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