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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공공의 적(敵)

탁계석

소설가협회만 문제인가

결말은 꼭 그랬다. 믿어야 할 것들의 배신. 영화의 형사사건은 조직 권력의 구조 안에서 한계 상황을 노출한다. 주인공은 권총마저 반납한 체 뿌리를 캔다.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상사가 주범이던가 아니면 커넥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나은 세상을 위해 겪는 희생이 얼마나 큰가.
소설가협회가 터졌다. 그 옛날 한국문학의 구심점이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진다. 작가들의 수확을 위해 준 비료가 잡초들이 먼저 독식한 것이리라. 지원정책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작가들은 불쾌하고 허탈하다.
어디 소설가협회만 그럴까. 점차 협회가 무용지물 연대 라거나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라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인의 대변창구가 제 역할을 못하니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다른 동네는 어떤가. 전시장에 가면 아직도 누가 이사장일 때 자기 그림만 가는 곳 마다 잔뜩 팔아 도배했다는 말을 지금도 듣는다. 그런 한편 무형문화재의 전수와 활동을 둘러싸고 해묵은 논쟁이 자주일어 나곤 한다. 춤의 경우 무형 문화재는 자신의 전승 춤을 잘 보전하고 갈고 딱아야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인데 창작 지원금을 받아 자신을 드러내는 창작 행위를 한다면 이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문제다. 또 다른 문제로 국가 무형 문화재의 지정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 자신의 ‘家寶’ 처럼 자식이나 부인에게 승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어 본질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무형문화재 제도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같은 보유자라도 공예 쪽은 생계유지도 어렵고 소리나 춤 쪽은 이수를 둘러싸고 정치권 못지않은 암투가 벌어진다. 지정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둔갑한다는 것이다. 전수를 빙자한 돈벌이 레슨으로 사설을 늘리기도 해 이 같은 왜곡이 취지를 탈색시킨다.
음악계는 어떤가. 바이올린 등 고가의 현악기 구매를 둘러싸고 선생과 학부형들의 치졸한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좋은 악기의 선택과 감정을 빌미로 악기 구입에 부당한 거래가 이뤄지는 관행이다. 처음 레슨을 가면 악기 타박부터 한다. 입시다, 콩쿠르다 해서 학생들의 앞길이 선생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돈벌이에 중독이 되면 연주가로서의 생명은 끝난다. 이 같은 학부형들의 고통은 대학의 불신과 더불어 해외 유학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과연 이를 보고 자란 학생들이 선생에 대해 존경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언젠가 음악회 로비에서 우연치 않게 들려온 학생들의 선생에 대한 욕설은 왜 예술을 하는가를 다시 묻는 듯 했다. 오늘 이 시대에 존경할 만한 예술가들이 얼마나 있는가. 아니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예술가에게 예술계 원로라는 분들이, 또 이름을 대면 알만한 분들이 자기가 쌓아 올린 탑을 제 발로 허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예술가가 존경 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모두 그때그때 견제 하지 않아서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같은 예능인의 입장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되니 말도 못하고 비평이 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이 비평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거나 육성하지 않고 문예정책을 미봉책으로 끌고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평가, 견제 기능 상실되면 혼돈의 부메랑 돌아와

최근 공공기관은 뱅크 시스템이란 새 작품(?)을 선보였다. IMF 때 뱅크 때문에 위기가 왔는데 뱅크 하면 뭔가 믿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눈가림의 얄팍한 착상이다. 심사위원을 뱅크에 넣어 두고 추첨한다면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립된다고? 그럴 듯 해보이지만 누구도 책임 없는 방법이다. 그래서 미술은행제도 문제가 일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공공성의 불신과 위기는 시장에서 견제, 평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때문이다. 고장 난 신호등을 그대로 두면 순간은 편할지 모르지만 준법정신이 사라지고 억망이 된다.
비평기능을 외면한 실책은 지금부터 불화살의 부메랑이 될 것이다, 큰 기대는 없지만 진흥위원회가 혁신을 해야 한다. 예술행정도 고급 인력 시대다. 고비용, 저효율의 능력을 저비용, 창의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 젖은 눈치로 기회주의와 補身감각만 발달된 사람이 있다면 어울리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여러 분야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문화는 혼돈스럽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수고 허물면서 무너져 버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가치들이 붕괴되고 있다. 소설가협회 사건은 예술가들이 더 이상 믿을 언덕이 없다는 절망감보다 아니라 작가도 아닌 사람들에 의해 문인의 이름이 더럽혀진데 있다. 전쟁도, 독재시대도 아닌 때에 작가들이 예전보다 더한 분노를 느낀다면 누구를 위한 민주화였고 자유 투쟁이었을까. 공공의 적이 늘어나는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건물이라면 싹 밀어버리고 재개발이라도 할 텐데 예술계를 이끌 뉴 리더십이 절실이 요청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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