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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스페이스의 열림과 닫힘

탁계석

자폐 문화 구조 벗어나야 살기 좋은 세상
우리사회는 열린사회일까 닫힌사회일까.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아직은 온전히 열린 것 같지 않다. 오죽하면 열린 음악회가 나왔을까. 여기에는 억압과 권위주의 시대의 적폐를 걷어내고 열린 공간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자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밀의 방이 유독 많은 문화권이다. 이런 자폐는 오랫동안 길들여져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노래방뿐만 아니라 무슨 방, 무슨 방하여 닫힌 공간의 문화가 번창한다.
아는 사람. 학맥, 인맥, 동향의 끼리끼리는 잘 통하지만 타인을 향한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알면 모든 것이 무사통과지만 모르면 되는 일도 힘들다. 사람을 뽑는 공개 채용도 겉은 공개이지만 사실상은 사연이 많다. 공개채용이 겉도는 것이다.
제도나 원칙 보다 편법이 더 기성을 부리니 바른 제도 정착이 어렵다.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사람만 손해보고 바보 되는 세상에서 열림을 통한 살기 좋은 세상은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맥아더 동상을 끌어내리거나 과거사에 편협한 자기주장만 하는 것도 닫힌 의식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지난달 나는 사람들의 의식이 닫혀 가고 있는 한 장면을 목격했다. 세종문화회관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마지막 순서에서 출연 성악가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서였다,
어린이 백혈병 돕기 행사여서 꼬마친구들도 많이 참석한 가족음악회다. 문제는 모두가 알만한 곡인데도 가사를 모르거나, 어물어물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노래가사 암기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이의 원인은 노래방 책임이 크다. 자막이 나오는 영상이 없으면 산소 호흡기를 땐 중환자처럼 가사 중단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노래방 이후 전 국민의 가수화는 이뤘지만 음치 아닌 가사 치를 만들고 말았다.
답답하고 엄습한 폐쇄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자폐증은 우리사회가 걷어 내야 할 비문화적 요소다,
<합창은 진정한 의식의 열림과 조화 능력 길러
혼자서 하는 게임이나 운동은 잘하지만 서로 힘을 합해 하모니를 만드는 앙상블문화는 약하다. 노래도 혼자 부르는 노래와 달리 화음을 넣어 합창을 하면 그 매력이 보통이 아니다. 합창은 열린 마음으로 남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자신의 음량과 음색을 조절할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균형과 조화의 합리성이 기초인 것이다. 개성 있는 각자의 다양한 소리를 통제해 지휘자가 원하는 톤 칼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휘자의 몫이다.
우리사회는 이런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남의 소리를 듣지 않고, 또 자기가 무슨 소리를 내는지 조차 모른 체 큰 소리로 악만 지르면 제일이라고 착각한다. 지휘자란 사람이 소리도 들을 줄 모르고 마구 지휘봉을 흔드는 것은 3류 지휘자가 흔히 범하는 오류다,




혼자 떠들다 보니 사운드 컨트롤 경험이 없어 지휘력이 상실되고 마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민합창에 이르기 조화롭게 살아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까운 일본은 2만개가 넘는 합창단이 있는데 우리는 수백 개에 불과하다.
지난 8월 광복절 행사 일환으로 마포구어린이합창단 40여명이 하바로브스크를 다녀왔다. 단원들은 형제 보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왕따란 생각할 수도 없는 열린 마음의 친구들이다. 이런 문화체험으로 합창단에 서로 입단하려고 아우성이 벌어졌다 한다.
룸살롱 역시 공간적 자폐이다. 폭탄주를 마시며 인사불성이 되어야 비로써 마음을 열고 대화가 통하는 것은 억압문화의 잔재다. 때마침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폭탄주문화를 소탕해 맑은 정치를 하자는 폭소클럽 모임이 생겨났다 하니 세상의 변화를 잘 읽은 박수칠만한 일이다,
10월 1일 청계천이 열린다. 개발만능으로 시궁창이 된 도심의 시내가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다. 이쯤에서 空間, 즉 스페이스의 활용을 숙고할 필요가 있겠다. 공간은 부단한 창조성에 의해 열릴 수 있다. 공간이 창작의 자궁이 되어야 한다. 갤러리 공간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시민을 향한 열린 의식이요 놀라운 변화다.
공간은 허공이 아니다. 공간은 창조를 목말라 한다. 인사동 갤러리가 6개월이 멀다하고 주인이 바뀌는 것은 공간에 대한 착시현상 때문이 아닐까. 갤러리 운영이 차 한 잔의 풍경은 아니다. 공간의 창조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진정으로 열린 공간에서 예술이 열어주는 자유의 참맛을 누려야 우리사회의 공간 자폐증을 막을 수 있다. 눈 감고도 어둠속에서 문을 딸 수 있는 전문성의 키가 있어야 공간도 살고 사람 의 마음도. 사회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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