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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시사코믹코러스의 창단과 풍자문화

탁계석

수준 높은 풍자는 사회의 효율적 소통 수단
일전 한 갤러리에서 설총식 작가의 은유적 작품전을 보았다. 여기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 의 삶의 존재 방식이 우화적으로 그려져 있어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그 안에는 애잔함이 깃들어 있고 진지한 작품성이 명쾌한 상징으로 살아났다. 명퇴를 앞둔 고릴라처럼, 살려고 날뛰는 침팬지처럼, 또 주렁주렁 낚시에 걸린 노가리의 사람은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는 셀러리 맨, 개처럼 충성을 바쳐 그대가로 밥을 얻는 인간.
우리사회에 풍자 소재가 엄청나게 늘고 있는 때에 이 같은 풍자가 답답함을 풀어준다. 우리의 해학은 판소리가 압권이다. 심청가, 수궁가, 홍보가, 춘향가, 적벽가의 다섯 마당엔 민중의 가슴을 풀어주는 웃음과 눈물이 가득하다.
1938년부터 조광(朝光)에 실렸던 중편소설 태평천하도 한말과 개화기, 일제 강점기의 한 가족의 가치관 변화를 섬세하게 풍자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풍자소설로 평가받는 유명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역시 인간의 폭악성에 항거하는 동물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그야말로 황금시대를 열어간 찰리 채플린도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인간의 보편적 삶에 기초한 진지한 접근은 웃음, 눈물, 특유의 페이소스와 유머로 용해되었다. 우리는 억압 시대를 지나며 풍자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 같다. 풍자마저 탄압의 대상이 되어 어려운 입장을 겪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요즈음 방송의 개그 콘서트가 있긴 하지만 깊이나 문학성이란 점에서 빈약하니 이를 잘 개발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넘쳐흐르는 소재들을 어떻게 작품화하고 대중과 소통할 것인가. 아직도 풍자문화를 낮추어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엄숙주의, 거대주의 벗어나 즐거움 주는 예술
그래서 필자가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 시사코믹코러스다. 만화나 카툰을 그리듯 하루하루 일상의 소재들을 신속하게 그려보자는 것이다. 우리 가곡은 지나치게 서정주의에 빠져있다. 그리움, 고향, 어머니, 산과 들, 강, 사랑 등이 주제의 대부분이어서 세대 감각과 동 떨어진다. 유쾌한 것이 없고 번번한 결혼 축가 하나 없다. 우리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소품이나 기능성 음악을 쓰지 않은 체 오로지 고고한 작품만 고집한 탓이다.
그래서 필자라도 나서서 독도의 노래, 우리 친구 청계천 같은 캠페인 송 가사를 만들어 작곡가들을 유인하고 있다. 뭐 던지 하다 보니 작품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작품을 의식한 강박관념이 강한 것은 아닌지. 신세대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회에 가면 천지를 흔들어 놓고 말겠다는 樂想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 한번 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그래서 창작 하면 청중도, 오케스트라도 모두 기피한다.
모차르트 음악은 귀족들의 예약연주회에서 그 자신이 직접 연주한 곡들이 많고 바흐 역시 매주일의 예배에, 하이든도 귀족들의 사교를 위해 실내악을 썼다. 다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를 위해 쓴 실용 작품들이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탁월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풍자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본다. 싫던 좋던 세상은 탈 권위다. 아이들이 제대로의 코믹을 모르고 말장난만 즐기거나 자극과 저질에 중독되는 것을 막으려면 제대로의 풍자가 공급되어야 한다. 이제 오페라 관객도 20-30대가 90%를 차지한다. 핸드폰으로 TV를 보는 세상이다. 나는 미술은 잘 모르지만 갤러리에 관객이 오지 않는 것이 작곡 발표회 기피와 동일한 것이라면 걱정이다.
작곡가 동료들과 학생들 몇몇이 썰렁한 자리를 지키는 창작이 안타깝다. 물론 이런 과정을 누구나 거치는 것이지만. 졸업 후 세일즈맨이 되어 해당 교수를 찾는 현실도 너무 가슴 아프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창작에 객석이 넘친다고 한다.
진짜 그림도 팔기 어려운데 눈 먼 사람의 한탕심리를 노려 가짜 그림 만들고 팔아 이래저래 혼돈스럽다. 그 기술로 다른 것을 하면 될 텐데. 물 먹은 소가 성난 눈으로 세상을 노려본다. 짜가가 판치는 무질서의 세상, 정말 믿을 것 없다고 소가 웃는 세상이다. 웃기는 사람들이 한, 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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