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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려면 가곡을 불러라

탁계석

근자에 가곡에 대한 활동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가곡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가곡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방송사가 주최하던 봄, 가을의 ‘가곡의 밤 콘서트’를 생각하면 가곡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 음반 시장의 위축과 뮤지컬 등 공연무대의 화려한 변화, 젊은 세대의 댄스 뮤직 열풍이 가곡의 정서를 외면한 결과이다.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가곡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중, 고등학교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어느 중학교에서 특강을 해달고해서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들에 물으니 가곡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보리밭’이나 ‘가고파’도 부를 줄 아는 아이들이 없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교사들의 수업 시간이 줄고 타 과목으로 전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음악계는 한 목소리를 내거나 이들을 지원하지 않았었다.
<사회 대중음악은 급속한 변화를 하는데 비해 학교의 열악한 환경이 이를 쫒지 못하고 교사들의 사기도 예전 같지 않아 이 같은 종합적 요인들이 오늘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초, 중등학교의 음악 수업은 클래식의 상수원이나 다름없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무얼 듣느냐가 일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음악가들도 이 시기에 받은 음악적 감화로 음악을 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고 보면 청소년의 감성 접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가 자명해진다.

다른 하나는 가곡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문제다. 성악가들의 대부분이 귀국 독창회에서 우리 가곡을 프로그램에 넣지 않고 있다. 이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가곡이 연구 대상이 될만한 음악이 아니라는 냉대가 깔려 있다. 그 근본의 원인은 대학에 있다. 대학에서 조차 가곡을 제대로 가르치고 발성을 연구하려는 자세가 안 되어 있다. 자기 나라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외국 곡을 불러야 대접 받는 풍토가 30-40년 전 그대로 인데 이의 패러다임 전환이 와야 할 것 같다. 설혹 가곡이 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는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음악적 과제이지 경원시 할 대상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성악가들이 가곡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나 창법의 개발 등이 소홀하게 된다. 예를 들면 대학에 ‘가곡 독창회’를 실적물을 내려 한다면 연구를 게을리 하는 것이나 실력이 없는 사람쯤으로 평가할 것이 분명 것이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인식 오류다. 가곡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에서 가곡을 가르치고 창작에 대한 소재 개발과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자칫 발음만 외워 부르는 예술가곡은 아무리 예술적으로 훌륭하다 하더라도 대중의 전달력이 크게 떨어 질 수밖에 없다. 노래란 가사가 생명인데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 또한 반쪽만의 이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연주회 팜플렛에 한글 제목도 붙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시를 번역해 놓은 것으로 대략의 뜻을 파악해야 하는 답답함이 남는다. 이제 우리는 음악의 일방적인 수입보다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것은 1978년 헤르만 프라이가 김연준의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을 때,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 뒤에도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우리 가곡을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예술성이 높은 음악가가 부르면 가곡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성악의 표현 방식은 천편일률적인 가창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노래에 대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분명히 감정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성악가들의 작곡가에 대한 불만도 가곡을 부르지 않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성악의 발성이나 호흡, 멜로디 라인 등이 무시되어 부르기도 힘들고 효과도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지만 그러나 얼마나 좋은 곡 찾기에 고심을 했는가의 의문도 남는다. 그러니 이제 서로 ‘네 탓’이라 공방만 할 것이 아니라 상호 음악적 대화를 긴밀하게 열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연구를 발견하게 된다. 테너 임웅균은 스타가 되어야 그래도 밥 먹고 살수 있는데 그래서 역대 스타 성악가를 분석해 보니 그 스타성은 바로 가곡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테너 이인범의 ‘희망의 나라로’ 오현명의 ‘명태’ 엄정행의 ‘목련화’. 박인수의 ‘향수’가 그것이라며 자신이 뜨게 된 것도 진규영이 편곡한 ‘밀양아리랑’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 곡을 부르게 된 것은 KBS FM의 간판 PD인 이순철 PD의 권유가 적중했다고 한다. 그는 특유의 흥에 겨운 몸놀림으로 하얀 손수건을 양복 윗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이를 꺼내 흔들면서 부르는 아리랑이 대중의 반응을 뜨겁게 했고 이는 열린음악회 등 방송의 엄청난 전파를 타게 되었다고 했다. 곡 하나가 인생역전을 불어 온 것이다. 그가 이렇게 하기 전까지는 신나는 민요곡조차 몸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엄숙하게 불러야 했던 가창법에서 보면 가히 혁신이었고 파장을 몰고 온 만한 것이었다. 가곡의 효과를 안 임웅균 교수는 학교에서 가곡 클래스를 만드는데 핏발을 세웠던 것이다. 이후 박경규의 백두산아! 임긍수의 사랑하는 마음 등을 불렀는데 곡을 자기 목소리에 맞는 ‘맞춤 곡’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누구나 부르는 곡은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 한번 청중들에게 기억 된 후에 다시 들려지는 노래는 그만큼 호소력이 떨어진다. 곡 하나가 명곡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 곡이 뜨기만 하면 곡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경우는 다르지만 대중가요 ‘어머나’의 저작권료만 한해 1억이었다니...

근자의 가곡 활동들이 한국예술가곡연합회에 이어 사단법인 한국가곡문화예술협회(장윤경)으로 더욱 심화되어 금호아트홀에서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갖는 것 등 다양한 변화와 활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곡만으로 독창회를 열기도 하고 작곡가들의 곡만으로 음악회를 갖는 등 변화가 좀더 구체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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