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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습한 지하 밀페 공간부터 리모델링하자

탁계석



방송이 품위를 높여야 한다

요즈음 TV 방송 보기가 불편하다. KBS 간판 프로그램에서 조차 노래방을 방불케 하는 아침 노래파티가 안방을 들썩거린다. 치열한 경쟁으로 눈코 뜰새가 없는 사회 분위기에 아침부터 밤풍경의 흥은 어색하고 쑥스럽다. 모두가 이상하게들 느꼈으면 하는데 불감증인지 제동을 걸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 사회가 심각한 도덕적 헤이에 빠져들어 감성하향 증후군이 타나나고 있다. 국민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품위의 방송이 필요한 때다.

아마도 지난 잃어버린 10년에서 가장 큰 유실이 문화가 아닐까 싶다. 이제부터라도 엄격한 기준을 세워나가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멋진 화장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싸구려 음악. 신분 지체와 경제력은 최고인데 즐기는 문화는 천편일률인 부조화. 나라가 건강해지려면 산업화의 성장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지하 밀폐 칸막이부터 걷어내야 한다. 한심한 것은 이런 습한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으니 나라 망신이다. 다행히도 근자에 밝은 표정의 차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여기에 희망을 걸어 본다. 건강 보험회사도 직접 광고만 하지말고 한차원 높은 은유적 기법의 광고를 한다면 '건강한 생활 문화 공간만들기' 캠페인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의 기호가 변하고 있다.

소클럽을 결성해 공연과 전시장을 가는 클럽문화의 확산, 문화센터에 수강생이 넘치고 중년 남성들이 섹소폰 연습 열기가 뜨겁다. 삶의 질 변화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급기야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에 '가곡마을'이란 생활 문화 공간이 생겨 옛 사랑방 역할을 한다. 외국 유명 브랜드 커피 체인도 알고보면 우리 문화의 취약점을 파고든 거대 마케팅 산물이다. 세계 최고의 성장률이란게 자랑스러운 게 아닐 것이다. 남이 좋다하면 묻지마 식의 쏠림 현상은 바로 문화 다양성 결핍때문이다. 방어 할 수 있는 능력과 가치 기준이 부족한 탓이다.

평생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데다 소통없는 일방 공급의 드라마가 순진한 백성을 만들어 온 것이다. 의식이 무방비로 노출된 혼돈의 정서로 튼튼한 창조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몸집은 커졌지만 속은 텅비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것 모두를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나갔다와도 별 볼일 없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일단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우울증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곡마을 새 생활 문화 공간 브랜드화

생각해 보자. 수입 공연물에서 로열티 주고 나면 뭐가 남는가. '가곡마을'은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관계. 문화체험이 가능한 실용문화공간이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이전에 창동 천막극장을 지은 것처럼 소박한 생활공간 살리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 준다면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수 십년 우리를 따라 다녔던 '코스 음주 문화'를 버리려면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금연하려면 재털이부터 없애듯이. 문화는 체험이다. 음식도 좋은 걸 먹어 본 사람만이 주방장을 부를 수 있다. 의상과 핸드백은 명품인데 시 집 한 권 읽지 않고, 집에 그림 한 점 없다면 뭔가 허전하다.

자생력이 없는 문화는 종속이다. 해방 이후 우리 국민들이 공유하는 '창작 클래식'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가곡' 을 제외하면 안익태의 '코리아 환타지' 가 유일한 정도다. 그것도 행사 때만 듣는 음악이다.

그럼 그간 무얼 지원하고, 무얼 창작했단 말인가. 국회 문광위에서 프로젝트로 채택해 분석해 볼만 하다. 그 돈 다 어디로 갔나. 우리것이 너무 없다. 그래서 극장 채우는 공연물 대부분이 수입품이다. 우리 예술가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밀폐 공간 개방 공간으로

시,군,구 문화 행정직의 구태의연한 순환 보직 제도도 별정직으로 바꿔 전문화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알만하면 자리를 돌려 앉는 비효율의 극치가 어디있는가. 그동안 문화가 엄청나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던가.

TV 뉴스시간에 매일 불안한 사건, 사고만 내 보내지 말고 스포츠만큼 문화에도 시간을 할애하면 기금 지원의 수천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좋은 것을 보여줘야 좋은 문화토양이 생기지 않겠는가.

아울러 문화계에 잔뜩 쌓인 거품도 걷어야 내야 한다. 문화하기 불편한 전봇대도 뽑아 내야 한다. 티켓 가격도 바로 잡아야 한다. 몸에 젖지 않은 문화는 구경꾼 문화다. 근자에 한 언론사가 실행에 옮겨 큰 반향을 몰고온 '거실을 서재로' 프로젝트 처럼 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어두운 자폐공간에 햇볕이 들도록 하는 생활 문화의 혁신을 공간 개선 사업 프로젝트 사업으로 추진할 수는 없을까.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노선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음주가무는 필요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한국형 저급한 향락 문화는 이제 접을 때가 온 것 같다. 국가 선진화가 거창한 것보다 생활 주변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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