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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타민으로 정서결핍, 상처를 치유해야

탁계석

문화칼럼] 문화비타민으로 정서결핍, 상처를 치유해야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교육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절대 안전지역이어야 할 학내마저 성폭력 발생의 현장이 되는 곤혹스러운 현실이다. ‘스쿨 폴리스’를 배치시키고 클린지역을 설정하지만 근본 치유책은 못된다. 영어로 말 바꾸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책 신세대들이 감각적으로 겉만 다스리는 것도 혼돈이 오는 이유다.

사실 새 교육감이 학교 무상급식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학생들의 안전대책을 발표해야 하고 눈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정서문제를 깊이 다룰 줄 아는 철학적 비전을 보여 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등학교에서 동급생들 끼리 성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경악할 사태에 직접 처방이 뭐가 있겠는가. 인터넷 발달로 성인문화의 유입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입시 교육에 밀려 정서결핍과 왜곡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기초정서에 국가 차원의 인식이 아직도 낙후하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정서교육에 전문가들의 다양한 접근이 있지만 유독 어린이, 청소년 문제의 현장 목소리는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 다.

각종 공연물도 상업화의 때가 너무 절어 역기능이 없지 않다.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의 유해성은 가릴 줄 알아도 정서에 공급되는 것에는 적정성 여부를 따질 줄 모른다.

전후 영국은 꿔드라는 값싸면서도 부드러운 사운드의 오디오를 만들어 상처받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지난해에는 수백억을 들여 어린이노래 부르기 운동을 장려했다. 노래 부르기가 자신감을 심어 준다는 것이고 합창은 협동심을 길러 좋은 친구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나이에 양질의 문화를 주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기준이다. 공중파 방송국까지 나서서 발음도 잘 안돌아가는 유치원 또래의 아이들에게 질퍽한 유행가 가락을 뽑게하고는 잘 한다고 박수치며 낄낄거리는 우리 어른들 모습과 사뭇 다르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즐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런가하면 미국 한 명문 대학은 입학실 날 저녁에 최고로 멋진 음악가들을 초대해 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총명한 엘리트들에게 “당신들이 죽도록 열심히 공부해 살만큼 인생은 이처럼 아름다운 예술이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체험케하는 뜻이다 열심히 공부해 보다 많은 사람에 행복을 나눠주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졸업식 날, 입학식 날 선배란 사람 자체가 그런 문화, 전통이 없으니 고작 신고식을 받는다며 죽도록 술을 먹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해괴망칙한 짓거리를 하는 청소년의 병든 문화는 결국 누가 가르친 것인가.

가난은 공부하면 극복되지만 문화 세습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놓치고 만다. 시골로 가면 심각하다. 그만큼 평생 인생을 삭막하게 살아야 한다. 지방 선거가 끝나고 고장을 위해 뭔가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최고의 가치인 예술을 선물해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자치단체장들이 늘어나야 한다. 눈 앞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벌써 한계가 왔다.

우리도 소외지역, 학교 방문 등 찾아가는 음악회, 문화 봉사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공급식 문화 보다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살릴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더 좋다.

예술과 문화는 가능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해야지 이를 인위적인 틀에 묶으려면 역기능이 일고 만다. 오늘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결국 학부형들의 이기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모여 합창할 시간도 주지 않았고 공부만해야 한다고 다그친게 누구였던가. 잘 알려진 동요 ‘얼굴’의 작곡가 신귀복 선생이 교장 선생님으로 있을 때 가곡 노래방, 전교생 악기 배우기 같은 것들을 했더니 학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름다운 곳에서 범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늘 詩人의 마음처럼 꽃밭이라면 거기서 어찌 흉기를 들고 찌르려 하겠는가.

소외되고 어찌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범죄는 발생한다. 이제 배고픔의 허기보다 문화의 허기. 당신도 오페라하우스 극장에 초대되었다는 자긍심을 주는 가치의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때문에 아이들까지 세습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은 ‘건빵’을 나눠주던 6.25 시절이 아니다. 전쟁 겪고 60년, 우리는 놀랄만큼 성장했다. 양질의 문화 비타민을 나누자.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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