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차이콥스키 콩쿠르 휩쓴 K클래식의 가능성

탁계석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의 쾌거는 한국 예술 재능의 빛나는 승리였다. 한국인 남녀 성악가가 나란히 우승했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총 19명의 입상자 중 5명이 주요 부문 상(賞)을 휩쓸었으니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하지 않은가.

콩쿠르의 장점은 또렷하게 발군의 실력자를 걸러내는 장치다. 이면엔 그늘도 없지 않지만 이만한 제도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콩쿠르가 곧 대가(大家) 반열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출발선에 불과하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서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인재가 너무 많고,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않고도 세계적 음악가가 된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너무 들뜬 나머지 조기에 상업화하면 예술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입상 때만 흥분하고 이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 금호문화재단 영재들의 기악 입상이 보여주듯이,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며 해외 무대 개척을 위한 전문 매니저도 필요하다. 그동안 행정에 밝지 않은 예술가들과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행정 사이에 잦은 마찰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지만 예술의 전문성만이 희망임을 확인했다. 예술계 내부의 편협함, 학맥(學脈)과 예맥(藝脈)의 연고주의를 넘어 국민이 기대하는 예술을 꽃피워야 할 때다. 얼마 전 유럽 음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베를린필 홀에서 최영철 지휘자가 브란덴부르크 심포니를 지휘했는데(6월 29일), 만석이 되어 관객 40명이 입장할 수 없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연속 3일의 연주회에서 독일인 지휘자 두 사람도 관현악 아리랑(Dancing Arirang·임준희)을 연주해 환호를 받았다니 'K클래식'의 신호탄 같아 기쁘다.

스폰서에 기대어 빛을 잃어가던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심사위원을 바꿈으로써 다시 조명을 받고 위상을 정립하듯, 우리 문화계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콩쿠르의 인재들이 커가는 동안 우리 국립 합창단, 오페라단, 오케스트라도 혁신을 통해 세계 네트워크로 나가는 길을 터줘야 한다. 잡음을 없애려 본선을 현장 중계했다니 국내 많은 콩쿠르도 본받아야 한다. 예술가에게서 남의 칭찬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안티' 세계의 벽을 뚫고 자기를 세운 콩쿠르 우승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기성 문화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조선일보 2011.7.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05/2011070502348.html<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