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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나라’에서 그림은 결코 어렵지 않다

탁계석

현명한 엄마 아빠 자녀 창의력 키우기 위해 가족나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림 전시회에 잘 가지 않는다. 원인은 그림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 관람이 생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관과 갤러리는 섬처럼 존재하기 일쑤다. 그래서 전기료가 아까워 불을 꺼놓은 갤러리도 있다. 이 모든 편견을 뒤로 한 미술관이 생겼다. 바로 양평군에 있는 양평군립미술관이다. 혹시 양평군에 있으니 시골 미술관쯤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미술관의 공간도 일품인데다 기획력이 국내 여느 미술관보다 낫다. 지난해 12월에 첫 기획한 미술관 전시가 1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바로 지난 주 정식오픈을 했으니 이제 발을 떼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많은 미술관과 애호가들이 주목하는 미술관이 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미술관장(이철순)을 비롯해 큐레이터 등 전문 인력들이 충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기획력이 탄탄하다.




이번 주제는 맛이다.(3월 2일 - 4월 24일) 우리의 생명을 있게 하는 먹는 음식이 주제인 만큼 어렵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동네 강아지가 와서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일상의 소재인 음식과 음식을 담는 그릇 등이 예술가의 눈을 통해 로 어떻게 변신하는 가를 보여 준다. 냉장고의 쇠고기 덩어리를 암벽처럼 찍어낸 사진은 아이디어 백미다. 컴퓨터 키보드 자판으로 만든 호박이나 조가비로 만든 결혼 예복 등은 기발한 착상의 작품들로 눈길을 끈다. 관객들은 관람 후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낙서를 통해 자신의 소감을 표현한다. 엄숙주의가 존재하는 미술관에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테이프 커팅 때에도 원로 화가나 기관장들만 참여하는 것과 달리 꼬마 관람객들이 엄마 아빠 손잡고 들렀다.

美感(미감)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림을 보기 前(전)과 그림을 보고 난 後(후)는 분명 다르다. 대형 디지털 벽걸이 TV가 대세인 아파트 문화에서 그림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가정이 그런 것은 아니다. 창의력을 존중하고, 창의력이 스티브 잡스나 우리의 안철수처럼 탁월한 인간을 만드는데 중요한 것임을 아는 가정은 아이들 책상 앞에 그림을 놓을 줄 안다.




富(부)를 가름하는 기준이 벤츠나 아우디 자동차이거나 큰 평형의 아파트일수도 있지만 집에 좋은 그림 한 점 없다면 문화지수가 높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림’은 소유함으로써 ‘눈(眼目)’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돈이 없어 그림을 구입할 수 없어도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다. 커피 한 잔 값이면 몇 번의 전시 관람이 가능하니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다 군민은 무료니 요즈음 살기 좋은 양평으로 이사 오겠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아무튼 ‘맛의 나라’가 우리의 기름진 배를 다시 불려 주지는 않지만 정신의 허기와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어서 너무 행복했다. 그림은 아이들에게 창의력의 비타민이고, 봄날 우울증에 빠진 이들에겐 환상으로 생명력에 불을 당긴다.

고기가 노는 물에 따라 魚種(어종)이 다르듯 인생도 어디서 여가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맛나라 가서 놀자’. ‘미술관에 가서 놀자’.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양평 미술관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이제 미술관이 섬이 아니라 우리 집 안방이 되는 일상의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맛의 나라’ 기획 전시는 ‘모험의 나라’ 제 2탄으로 관객과 직통하는 드라이브 굿 샷 이다. 양평이 미술계 세 바람을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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