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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야외 오페라 기본이 60억?

탁계석

들리는 이야기로는 올해 이태리 베로나 원형극장 사람들이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몰려온 오페라 단장들 때문이다. 지난 5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투란도트’가 성공을 거두자 너나없이 용맹스럽게 야외 오페라에 뛰어 든 까닭이다. 올 9월엔 잠실 경기장에서 ‘아이다’가 예정되어 있고 내년 5월에는 이태리 베로나 원형극장의 오페라 ‘카르멘’이 입성할 것이라 한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재 개관 기념으로 대규모 야외 오페라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바야흐로 야외 오페라 전성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지난번 투란도트가 65억, 내년 카르멘이 60억을 예상하고 있어 야외 오페라 제작 기본이 60억인 셈이다. 오페라 역사가 400년이 넘은 오페라 종주국 이태리가 관광객들을 위해 전통적으로 베로나 야외원형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은 오페라극장과는 또 다른 하나의 문화일수 있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이태리 문화의 정체성을 한 눈에 보여 주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월드컵 덕으로 생긴 경기장은 이런 야외 오페라를 수용할 수 있는 좋은 터전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야외 오페라를 통해 오페라 대중화의 물꼬를 틀수도 있고 그들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문제는 무엇 하나가 된다 싶으면 너나없이 뛰어 들어 쑥대밭을 만들어 모두 패배자가 되는 한국적 냄비 현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 가다.







지난 시절 규제가 각종 부조리를 낳아 규제는 푸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져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것도 아닌 민간의 작업을 간섭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명함 한 장만 박으면 오페라단장이 되는 지극히 한국적 문화 현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언젠가 오페라 작곡가 메놋티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서울에만 10개가 넘는 오페라단이 있다고 했더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오페라극장이 곧 오페라단이라 할 수 있는 서구의 극장문화와 달리 개인이 주최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척박함이 만들어온 일종의 관행이다. 문제는 이런 개인의 의욕이 국가나 시립단체를 늘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의 규모나 운영 면에서도 공립단체를 앞서고 작품의 질도 더 나은 경우다. 이런 경쟁의 에너지가 우리 문화를 발전 시켜온 원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의 아이템이거나 개인의 창의력 소산일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마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무조건 배끼기 식으로 따라해 결국 끝장을 보고 마는 현상이 문화에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야외 오페라 한 공연의 성공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흥분해 법석을 뜨는 것의 이면에는 진정으로 문화를 생각하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은 밀리고 돈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한탕주의 꾼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나도 경쟁력 있는 단체가 길러지지 않고 기술적 연구도 전혀 없고 자료 정리엔 신경도 쓰지 않는 늘 새로 시작하는 초보문화인 것이다. 뮤지컬이 이미 그런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가. 돈 되는 것을 해야 인정받는 풍토에서 그 뒤로는 더 큰 구멍이 생기고 있음을 보려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어떡하나. 머지않아 서울에만도 수 십 명의 오페라단장들이 활동할 것인데. 이들 모두가 이태리로, 독일로, 러시아로 가서 오페라단장 명함을 내밀며 사업성을 발휘할 텐데. 강남의 미녀들이 아니 미스코리아협회에서 모두 오페라단장을 하려든다면 이 경쟁을 또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국가나 시단위의 오페라극장에 익숙한 외국의 오페라 관계자 들이 베푸는 예우를 또 어떻게 소화해 낼지 궁금하다. 이래저래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국가 망신을 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예산이 부족해, 관객이 부족해, 인력이 부족해, 오페라극장장이 없어, 아무런 자료도 없어, 극장이 있긴 하지만 비워둘 수 없어 어린이 뮤지컬을 올리는 풍토에서 잘 지어진 집 두고 왜 모두 밖으로만 튀려는 것일까.
‘아이다’무대 에서 코끼리 한번 지나가는데 수 억 원이 든다면 서민은 그 코끼리 똥도 볼 수 없는 슬픈 세상에 호들갑도 문화상품으로 세계에 내다 팔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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