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역사를 일깨우는 그림(22) 구본웅의 <여인>(1930년대)
< <친구의 초상>과 이를 나란히 놓고 볼 때 아주 동질의 감정과 붓질, 색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옆으로 비뚤어지게 그린 콧대의 파격은 이상의 상아파이프를 연상시킨다. 또 하나 구보 박태원이 쓰고 그림을 그린「제비」라는 콩트가 조선일보 1939년 2월 22일자에 실렸는데 그 글의 삽화에 등장하는 매담 얼굴, 퍼머한 짧은 머리, 눈 꼬리 의 모습이 아주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구보의 단편소설‘애욕’은 이상과 금홍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내용 인데 늘 구보는 이상에게 금홍의 부정한 행동거지들을 지적하면서 그녀를 포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천재적 지성을 가진 이상과 온천거리의 작부 출신인 그녀와의 관계가 늘 삐걱 거렸을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기실 금홍은 이상에게 끊임없는 사랑의 상처를 주며 다른 남성들과의 유희를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시인 이상에게 그녀와의 헤어짐은 견딜 수 없는 설움이자 상처였다.
필자가 그림 속 여인이 금홍일것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는 데는 눈에 보일 듯 잡히는 가시적인 이유가 있다. 앞서의 소설이나 시에서 말하고 있는 금홍의 외양과 성격이 이 여인 그림이 주는 이미지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이다. 갸름한 얼굴에 하얗게 솟은 콧날과 육감적인 붉은 입술, 짙은 눈썹과 큰 눈망울이 야성을 느끼게도 하지만 상당히 에로틱하다. 짧은 파머머리를 질끈 뒤로 묶었는데, 이상의 시에서처럼 동백 기름 냄새가 날 것 같다. 목은 갸름하고 하얗고, 모던한 개량한복이 가녀린 가슴을 감싸고 있어서 애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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