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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너스 신화, 보티첼리의 재탄생

김상채

산드로 보티첼리 2003. 10. 1 - 2004. 2. 22 뤽상브르그 미술관

낭만과 우수를 곁들인 예술의 향기로 가득하다. 어디로 향하던지 간에 그곳에는 형형색색의 낙엽과 더불어 문화예술 행사 하나쯤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 세느강가에서부터 걸어 뤽상부르그 공원에 다다르면 만추의 향연이 진행되는 자연의 경이로운 현장을 보게 된다. 이렇게 찾아왔던 가을의 아름다움이 이제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지만 이 공원안에서는 인간이 창조한 아름다움의 향연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공원내 뤽상부르그 미술관의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1445-1510)' 전시회이다.

라파엘로 전시로 르네상스기의 이탈리아 미술을 선보였던 뤽상부르그 미술관은 이번에도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인 작가인 보티첼리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모나리자처럼 보티첼리의 몇몇 작품들은 미의 대명사로서 현대문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미술 전문가나 애호가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파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타의 전시에 비해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144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그는 한때 금세공 일을 하기도 했으며 당시 피렌체의 유명한 화가였던 필리포 리피의 공방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황금기 피렌체의 실력자였던 메디치 가문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로렌초 일 마니피코의 지원아래 작품활동을 했었다. 그러나 말년에 수사 사보나롤라파에 가담하면서 끝내 절필까지 하는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만다. 결국 그는 오랜 세월동안 미술사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16세기 미술가인 바사리의 미술가 평전에서 보티첼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을 제외하면 19세기 중반까지 완전히 잊혀졌던 작가였다. 19세기에 이르러 낭만주의자들과 전기 라파엘 화파와 19세기 말 미학자들에 의해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면서 4세기 만에 다시 그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미술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0년 로마에서 개최된 단테의 신곡 삽화 전시회를 제외하면 지난 수십년 동안 보티첼리의 총체적인 전시회가 진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관객들이나 보티첼리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전시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뤽상부르그 미술관에서 여러차레의 전시회가 진행되었지만 이번 전시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전시라고 생각된다.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디스플레이 또한 이전 전시에 비해서 작품에 대한 배려와 관객에 대한 배려를 동시에 고려하여 감동의 진폭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넓게 배치된 작품과 작품의 숫자에 얽매이지 않은 절제력, 그리고 눈의 피로와 작품의 보호를 감안한 조명 또한 이전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전이다. 첫 입구에 들어서면 보티첼리의 독특한 특징인 원형 목판으로 된 '아기 예수앞에서 찬양하는 성모'를 만나게 된다. 딱딱하고 엄숙함보다는 우수에 차고 아름다운 마리아와 화려하게 장식된 장미꽃과 인체의 볼륨감 등에서 이미 새로운 시대의 기운이 오고 있음을 감지된다. '아테나와 켄타우로스', '마르스와 비너스', '파리스의 심판', '비너스의 탄생' 등의 신화적 주제를 다룸으로서 이미 새로운 시대를 맞이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에서는 기법의 반 근대성과 고딕적 전통이 강한 장식적 이미지를 고수했던 작가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2점의 프레스코화와 26점의 템페라의 보티첼리 작품, 그리고 프란체스코 로셀리, 코지모, 리피, 다빈치 등의 10여점이 안되는 작품들이 동시에 전시되었는데 이는 당대 작가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보티첼리의 특성과 그 시대 회화적 환경과 흐름을 살펴보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한다. '비너스의 탄생', '프리마베라(봄)', 바로 르네상스기 새로운 회화의 탄생이자 보티첼리 예술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두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 제외되었던 점은 관람객들에게 커다란 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이 대작인데다가 작품의 운송과 안전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이번 전시회에서는 제외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 평균 4-5천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동원하는 이 전시는 보티첼리 예술의 위대함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전성기 르네상스 미술의 서막이 오른 15세기, 그 시발점이자 중심에 있는 도시, 피렌체, 보티첼리는 바로 15세기를 대표하는 피렌체 최고의 작가로서 비너스의 신화를 가지고 오늘날 재탄생한 것이다.

파리전시가 끝나면 2004년 3월 22일부터 6월 22일까지 피렌체의 빨레스트로찌에서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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