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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피카소를 사랑하는 뉴욕 - 메트로폴리탁박물관 역대최대 피카소 소장품전, 모마 피카소 판화전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5)

불황 때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되레 증가하는데, 뉴욕에서 올 봄 피카소 전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마에서 이미 피카소 판화전인 ‘피카소: 테마와 변화(Picasso: Themes and Variations, 3월 28일~8월 30일)’를 시작했고, 이와 때를 맞춘 듯 57번가에 위치한 말보로 갤러리에서는 ‘피카소 판화에 나온 여인들’이라는 전시(3월 23일~5월 1일)를 했다. 일련의 전시 중 최고는 지난달 말 문을 연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피카소(Picasso i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4월 27일~8월1일)’다. 지금까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유화 34점, 드로잉 58점, 판화 200여 점이라는 규모로 이 박물관이 소장한 피카소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준 적이 없었다. 창백한 남자가 딱딱한 빵과 와인병에 손을 대고 있는 ‘눈먼 자의 식사(The Blind Man’s Meal, 1903)’는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을 슬프면서도 종교적인 분위기로 숭고하게 그려낸 ‘청색시대(Blue Period)’의 특징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어 페르난데 올리비에라는 여인을 만난 뒤 낭만적 화풍으로 바뀐 ‘장미시대(Rose Period)’, 서양미술사의 궤도를 바꿔버린 ‘입체파(Cubism) 시대’, 다시 고전적 화풍으로 돌아간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시대’, 노년에 광적으로 그려댄 여인들 그림까지, 시대순으로 보여주면서 종합적으로 피카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거트루드 스타인 초상화 등 역사적 작품들
뉴욕 최대 박물관인만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그림을 갖고 있는 게 돋보인다. 이 박물관이 가장 내세우는 소장품은 ‘거트루드 스타인 초상화’(1906)다. 젊은 날 피카소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컬렉터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에게 피카소가 직접 “당신을 그려도 되겠습니까?” 요청해 그린 것이다. 여인다움은 없지만 대신 지적이고 자아가 강한 모습으로 그려낸 이 초상화를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는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아끼고 있다가, 모마도 휘트니 미술관도 아닌,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선택해 1946년에 기증했으니, 이 박물관으로서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작품을 받았던 1946년 이전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피카소 작품을 기증 받거나 산 적이 없다. 하지만 이후 60년 동안 컬렉터 25명이 앞다퉈 이 박물관에 피카소 작품을 기증했고, 지금은 이런 피카소 기획전을 할 수 있는 컬렉션을 갖추게 됐다. 1913년의 역사적인 전시 ‘아모리쇼’에 나왔다가 당시 뉴욕의 이름난 사진가이자 딜러였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에게 팔렸던 ‘서 있는 여자의 누드’(1910), 피카소의 대표적인 딜러였던 볼라르를 그린 초상화(1915) 같은 작품들은 비록 드로잉이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들로, 모두 이 전시에 걸려 있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가 피카소의 전 시대와 전 장르를 다루는 교과서적인 전시라면 모마 전시는 이 화가가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판화의 기법에 심취하면서까지 평생 변화를 추구한 예술가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다들 유화를 대단하게 생각해서 그렇지, 피카소의 작품 세계에서 판화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모마의 전시는 이 미술관이 소장한 피카소의 판화 중 100점만 골랐는데, 판화만으로도 피카소의 시기별 스타일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초기 청색 시대와 장미 시대에는 에칭과 드라이포인트를 즐겨 했지만, 뒤로 가면서 판화에 점점 심취해 동판화, 리놀륨 판화 등을 다양하게 마스터했다. 현대미술의 중심지에서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피카소 전시를 보면, 뉴욕이 최첨단의 유행만 좇는 곳이 아니라 기본과 역사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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