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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생옥션의 고투와 조정기에 접어든 시장

이규현

국내미술시장이 2008년 중턱을 힘겹게 넘고 있다. 신생 유통회사들은 물론 기존 업체들에게도 올 여름은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훨씬 무덥고 힘들고 지치는 여름이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신생 미술유통회사들의 부진(不進)이다. 경매 낙찰률 50~70%가 대부분이고, 경매 일정을 미루거나 중단하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고미술 전문을 내세우며 시작한 경매회사 아이옥션(대표 공창규)이 6월 29일 실시한 첫 경매는 낙찰률이 53%에 그쳤다. 고미술 시장이 워낙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 정도면 선방(善防)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첫 경매의 팡파르를 울리기에는 부족했다. 아이옥션이 유난히 저조한 것은 아니었다. 올해 2월에 제 1회 경매를 한 오픈옥션(대표 이금룡)의 첫 낙찰률도 52%였다. 오픈옥션의 2회 경매 낙찰률은 72%로 올라갔지만, 이회사는 5월에 예정됐던 경매일정을 연기해 8월 2~3일 코엑스에서 하는 아트페어 행사 때 하기로 바꿨다. 로또사업자였던 코리아로터리서비스가 설립해 신생경매업체들 중 가장 탄탄한 자금을 가지고 출발한 인터알리아(회장 남기태)는 첫 경매 시기를 신중하게 조정하고 있다. 원래 올해 상반기 중 경매를 시작하려 했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면서 일단 일반전시와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업무를 중단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서울 강남에 생긴 신생 경매회사 D옥션은 사실상 경매업무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과 관련해 새로 생겨난 출판매체들도 고전을 겪고 있다. 작년에 계간지로 시작한‘이모션’(발행인 전기열)은 올해부터 격월간지로 확대할 계획이었다가 아예 폐간돼 버렸다. 이 잡지의 모체였던 부산에 있는 미술유통업체 ‘아르바자르’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미술시장 전문지를 표방하며 올해 1월에 창간된 격주간지 ‘아트레이드’(발행인 강병철)도 6개월 동안 발간된 것을 끝으로 7월부터 사실상 폐간됐다.

기존 업체들에게도 2008년은 예년 같지 않다. 미술시장연구소(소장 서진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옥션의 낙찰총액은 353억6,01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억 1,925만원 줄었고, K옥션의 낙찰총액도 206억 9,700만원으로 23억 2,790만원이 줄었다. 상반기 경매의 낙찰률도 60~70%대에 머물러, 80~90%대에 달했던 작년에 비하면 조용했다.

국내미술시장이 고전을 겪고 있는 제일 큰 이유는 지난 2년 동안의 상황과 올해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07년에 미술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전세계에서 2007년 한해 동안 미술경매로 거래된 액수는 전년대비 43.8%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과 K옥션의 2007년 낙찰총액이 각각 전년대비 3배나 늘었다. 초고속성장 덕에 서울옥션은 올해 초 상장되기까지 했다.

지금은 조정기 이런 호황을 보고 지난 1년 사이 미술계로 새로 뛰어든 업체가 10여 개나 된다. 하지만 2008년이 되면서 상황은 확 달라졌다. 우선 세계미술시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 국제미술시장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artprice.com)은 올해 1분기에 미술품가격지수가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해 산출한‘미술시장 신뢰지수’도 6월 한달 동안 24.3에서 7.7로 곤두박질쳤다.

시장이 이렇게 가라앉은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비롯된 세계경기불황이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인데 미술시장만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말 불거진 삼성 비자금 미술품 사건이 찬물을 끼얹었다. 특검에 의해 ‘의혹 없음’으로 결론 났지만, 이미 수많은 컬렉터들이 고가의 작품을 사는 것에 몸을 사린 뒤였다. 그나마 기존 컬렉터들을 확보한 업체들에겐 버틸 힘이라도 있지만, 처음 이 동네에 발을 담근 신생업체들에겐 지옥 같은 환경만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미술시장이 꺼지는 신호로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술시장이 2006년과 2007년에 워낙 비정상적으로 급성장한 것이라, 지금은 긍정적인 조정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의견이다. 서울옥션 심미성 이사는“경매 때 작품이 팔려나가는 속도는 작년과 다르다. 작년에는 위탁 받은 작품에 대해 팔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을 별로 안했는데, 올해는 작품의 우열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커졌다. 하지만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는 많아졌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작품의 옥석이 가려지고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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