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3)기무사에, 석조전에… ‘국립미술관만들기’에 미술계 한 목소리

이규현

미술계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도 조직적이고 큰 소리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명실공히‘국립미술관’이라 내세울만한 미술관이 없다는 사실이 미술인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9월 1일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4층 강당에서는 작가, 평론가, 교수 등 미술계 인사들이 모여‘기무사에 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창립총회를 했다.
현재 경복궁 동편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는 10월에 국군서울병원과 함께 이전한다. 미술계는 비게 될 이 장소를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쓰자는 의견을 수년 동안 주장해왔다. 이 곳은 인사동-사간동-삼청동으로 이어지는 화랑가의 중심이면서 도심에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을 보여줄 장소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1일 열린 창립총회는 미술계가 이런 의견을 조직적으로 표출한 첫 행사였다. 오광수, 최만린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윤상구 북촌문화포럼 공동대표 등 미술계 인사 150명은 이날 서명을 하고, “관계 당국이 기무사 부지를 경복궁 로비 공간과 주차장으로 활용 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는 비문화적인 발상이다. 이 곳은 21세기 문화 한국을 상징할 국립현대미술관이 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 이후 미술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참여도 높아져, 9월 중순까지 2주 만에 서명인은 1000명을 넘어섰다.




‘기무사 미술관’서명인 1000명 넘어서

문화체육관광부도 기무사에 미술관을 짓겠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굳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모임 이후 여러 언론과 한 인터뷰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일부를 서울로 옮기는 것은 미술계의 숙원이고 나 역시 전폭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시, 국방부, 기획재정부 등 타부처 관계자들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남아 있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앞서 8월 29일에는 예술원 미술분과 소속 원로 화가 15명이 유인촌 장관에게“덕수궁 석조전 동관(東館)을 미술관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친필 서명 건의서를 제출했다.“ 과천에 소재한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은 위치의 비접근성으로 인해, 덕수궁 내의 덕수궁미술관 본관은 규모의 협소성으로 인해, 사실‘국립’ 이라는 이름을 내걸기에 는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 권순형, 권옥연, 민경갑, 박광진, 백문기, 서세옥, 오승우, 유희영, 윤명로, 윤영자, 이수덕, 이신자, 전뢰진, 조수호, 최종태 (가나다순) 등 원로 화가들이 쓴 편지는 우리 국립미술관의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 지 적나라하게 짚고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같은 날 미술대학 재직 교수 14명도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강애란, 강태성, 김근중, 김영호, 김형숙, 신장식, 윤난지, 윤범모, 전영백, 정영목, 정현, 조은정, 최태만(가나다순) 등 현직 교수들은 성명서에서“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쥬미술관, 스페인의 티센-보르미자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궁전에 지어져 국립근대미술관으로 명성이 드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덕수궁 석조전 서관(西館)에 있는 덕수궁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서‘국내외 근대미술’전문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을 보존, 관리하고 상설전시를 하기에 서관 하나는 턱없이 좁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자 2004년에 문화재청은 당시 비어 있던 석조전 동관의 수리를 마치는 대로 덕수궁미술관으로 넘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초 상황은 바뀌었다. 이건무 현 문화재청장은 석조전 동관 내부를 고종의 거주공간으로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문화재위원회는 동관의 미술관 활용을 염두에 둔 문화재청의 연구용역 설계안을 부결했다. 기무사 국립현대미술관이 유인촌 장관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문화계의 전반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에 비해, 덕수궁 석조전 문제는 이렇게 미술계와 문화재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에 미술계가 조직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김영호 중앙대 서양화학과 교수는“예술인들도 적극적으로 사회현상에 참여하고 집단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술인들이 문화 현안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