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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장은 허덕지덕…… 그래도 좋은 전시는 여전히 북적

이규현


시장은 불황이다. 하지만 올 가을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현장을 들여다보면 우리 미술계는 아직 성성하다. 여전히 국내외 대가들의 전시가 끊이지 않고, 열성 관객들의 열의는 여전하다.

제임스 터렐전 등 돋보여
10월 9~10일 오룸갤러리, 토탈미술관, 쉼박물관에서 열린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65) 전시 오프닝에는 여느 때 보다도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 대가의 회고전격 전시를 보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에서 미술 애호가들이 날아왔다. 제임스 터렐은 공간 속에서 빛이 어떻게 작용하고 관객의 눈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시(詩)적인 설치작품으로 보여주는 세계적인 예술가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예정돼 있고, 2009년 스위스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지어진다. 이런 작가의 작품세계를 회고하는 대규모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니 한창 우울하던 한국 미술계의 분위기가 조금 밝아졌다. 서울 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가“서울 전시를 2011년 회고전의 모델로 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으니, 우리 미술계의 어깨가 으쓱해질 일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한 우리 미술시장의 침체는 올해 들어 훨씬 더 깊어졌다. 경매와 화랑전시에 손님이 뚝 떨어지고, 미술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삼성미술관 리움이 비자금 수사 이후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국내외 대가들의 수준급 전시는 끊기지 않고 맥을 이어간다. 이미 지난 여름부터 척 클로스전, 빌 비올라전, 아니쉬 카푸어전, 갤러리현대 강남점 개관전 등으로 관람객들은 여전히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안복(眼福)을 누려 왔다. 9월 한 달 동안 열렸던 갤러리 현대 강남점 개관전에는 국내 개인컬렉터들이 소장한 김환기, 유영국 백남준, 이우환 정상화의 보기 드문 대표작들이 대거 나와 크게 화제가 됐다.






국제미술상‘양현미술상’도 제정
특히 올 가을에는 한국이 수여하는 본격적인 국제미술상도 처음으로 생겨 세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이 이끄는 양현재단이 만든 양현미술상이다. 최은영(45) 한진해운 회장이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뜻을 기려 만들었다. 1억원이라는 상금은 해외의 유명 미술상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액수다.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 3년 내에 전시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부상(副賞)도 놀랍다. 이 상의 심사 위원인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의 카스퍼 쾨니히 관장과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의 캐시 할브라이시 부관장은 상의 제정 및 심사와 관련해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다. 할브라이시 부관장은 양현미술상이 제정된 것에 대해“대단히 파격적인 미술상으로 국제 미술계의 토네이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1회 수상자인 미국 작가 캐머런 제이미(39) 역시“이런 상을 받게 돼 굉장히 놀랍고 굉장히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세계 속에서 한국미술의 위상도 여전히 높다. 11월 22일~2009 3월 22일 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 화가들의 천국’이 열려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작품 79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예년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 흡인력과 교육적인 측면을 갖춘 전시는 불황과 전혀 상관 없이 관객을 끌고 있다. 덕수궁미술관의‘라틴아메리카 거장전’(7월 26일~11월 9일)은 미술애호가들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전시였다. 학생과 가족들 중심으로 관객몰이를 했다. 10월 초에는 미술관측이 예상한 관람객 수 인 15만 명을 돌파해 기념으로 라틴아메리카 와인증정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최은주 덕수궁미술관장은“미술 애호가들의 수준이 탄탄한 단계로 향상되었다. 시장의 상황과 상관 없이 이런 애호가들은 좋은 전시는 찾아 보고 양질의 피드백(feedback)을 교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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