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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작년 국내외 미술시장‘참담’, 새해에도‘불안’

이규현

이규현의 현장포커스(6)
작년 국내외 미술시장‘참담’, 새해에도‘불안’
연말 경매 낙찰률 30~50%로 마감 양도세 법안 통과로 악재 겹쳐

2008년 12월 10일 저녁 서울 청담동 K옥션의 4층 경매장. 이 경매회사의 메이저 경매가 끝나자 사람들이 경매장을 빠져 나오며 어두운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후~, 예상은 했지만, 너무 안 팔린다.”“그러게 말 이야, 어쩜좋아.”“어떻게 이렇게 분위기가 싹 바뀔 수 가 있어. (시장호황이) 딱 2년갔네, 2년갔어.”이 경매회사와 아무 상관 없는 화랑 운영자들이 모여 혀를 차며 걱정하고 있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날 경매의 낙찰률은 52.2%. 메이저 경매인데 통틀어 고작 10억5,200만원 어치가 팔렸다.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나온 혜원 신윤복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추정가 4억~5억원)조차 유찰됐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바람의 화원’과 영화‘미인도’덕에 혜원 신윤복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지만, 얼어붙은 미술시장을 녹일 정도는 아니었다.

1주일 뒤인 2008년 12월 16일 평창동에서 열린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도 별 다를 게 없었다. 하이라이트 작품인 안중근의 유묵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廬必有近憂,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필히 가까운 시일에 근심이 있게 된다)>가 추정가(3억~4억원)를 넘는 5억5,000만원에 낙찰된 것을 제외하면, 별로 눈에 띄는 판매가 없었다. 서울옥션은 침체된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가수 조영남을 초청한 자선경매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조영남의 작품 30점이 자선경매에서 모두 팔리고 경매 후 조영남이 미니 콘서트를 선사했지만, 가사(假死) 상태인 미술시장이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이 날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의 낙찰률은 55%로, 1년 전(73%)과 비교해도, 6개월 전(66%)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졌다. 이보다 앞서 12월 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옥션별의 경매는 낙찰률이 41%에 그쳤다. 추정가 20억~30억원에 출품된 재일교포 작가 송영옥(1917-1999)의 유화 <백제관음상>은 유찰되고 말았다.




‘저변확대 비즈니스’생겨

2008년 한 해 미술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잔인했다. 경매회사도, 화랑도, 아트페어도, 세계 경제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11월 뉴욕 메이저 경매조차 낙찰률이 50~60%대에 머물렀다. 세계 최대 미술정보사이트인 아트넷닷컴(artnet.com)은 12월 초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최고의 아트페어‘마이애미 바젤’의 판매성적이 나빴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더 이상 컬렉터들이 작품에 달려들지 않는다. 열기는 이제 갔다”고 했다. 우리 미술시장은 여기에다가 2007년 하반기부터 1년이 넘도록 악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 학위위조 사건, 삼성 비자금 수사, 이중섭과 박수근 위작 논란이 줄줄이 이어지더니, 결국 연말 주요 경매회사의 메이저 경매가 수치로서 어려운 현실을 드러냈다. 새해에도 미술시장 경기는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2011년부터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을 팔 땐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미술품 양도세법안이 연말에 통과됐다. 정부는 고가 미술품만 대상으로 하는데 다가 생존작가의 작품은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술품 구매자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털어놓는다.

한편에서는 고가 작품에 대한 구매심리가 위축된 것을 감안한‘중저가 비즈니스’‘, 저변확대 비즈니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인사동 토포하우스는 갤러리 1층 한 쪽을‘그림선물가게’라는‘작은 미술품’전문 화랑으로 꾸몄다. 토포하우스의 오현금 대표는“대중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유명 작가의 소품이나 젊은 작가의 저렴한 작품으로 오히려 저변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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