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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미술시장, 불황기엔 '큰 손'보다 '작은 손'

이규현

이규현의 현장포커스(8)

미술시장, 불황기엔 큰 손보다 작은 손_ 고가 미술품 길 막혀 저변확대로 길 뚫기 한창
<서울 인사동 갤러리토포하우스. 올해 초 이 갤러리의 1층은‘그림선물가게’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쇼윈도에서 보여준 2월‘대표작’은 10만원짜리 유화였다. 젊은화가 최영심(39)이 손바닥만한 1호 크기의 캔버스를 꽉 채워 발랄하게 그려넣은 빨간하트, 파란하트 등이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이 갤러리의 윈도에 대표작품으로 걸렸다.“예전부터 그림을 하나 사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정도면 저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직장인 박정은(37)씨는 이 쇼윈도앞에서 발길을멈추고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미술시장도 끝이 안 보이는 불황 늪에 빠졌지만, 위기가 기회가 된 곳도 있다. 10만원, 100만원 하는 소품, 신진작가의 중저가작품, 공예 등 생활소품이 있는 곳이다.‘그림선물가게’를 연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가뜩이나 불황인데다 미술품 양도세 부과와 그림로비사건으로 고가 미술품 시장은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컬렉터 저변 확대측면에서는 지금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처음 그림을 사는 사람들, 적은 돈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격 거품이 빠지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이기 때문이다.‘그림선물가게’의 경우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가벼운 가격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2월‘밸런타이데이선물전’에 이어 3월에는‘입학.졸업선물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해, 그림을 부담없이 생활 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문형태, 최병성, 최영심, 이강욱 등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감각을 가진 작가들의 1~8호 작품들이 걸려있다.



‘생활 소품’미술 많아져
호황기엔 투자가치가 있는 미술이 인기였다면, 요즘은‘생활소품으로 기능하는 미술, 장식성 있는 미술이 두드러지게 많다. 포스터, 카드, 아트상품도 불황기에 오히려 고개를 든다. 시장에 데뷔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올리고 판매하는 온라인 미술중개장터인‘아트폴리(artpoli.com)’는 포스터를 가지고‘우리집은 미술관’이라는 행사를 시작했다. 사이트에 올라온 원작을 고화질 포스터로제작해 3만원에 판매하는데, 집이나 사무실 내부를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면 주1회 추첨을 해서 이 포스터를 선물한다. 포스터를 구매한 사람이 포스터로 꾸민 공간을 사진 찍어 보내면 다른 포스터를 하나 더 준다. 아트폴리의 장효곤 대표는“10만원, 20만원이라도 부담이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축음기 덕분에 상류층이 독점 향유했던 음악을 대중이 즐기게 된 것처럼, 재생된 미술품도 미술시장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대중은 포스터나 카드로 재생된 미술품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컬렉터들에게는 추상화보다는 구상화, 집이나 사무실을 장식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그림이 인기인게 특징이다. 기존대형화랑과 경매회사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올해 들어연 첫 경매인 2월26일 경매의 제목은‘마이퍼스트컬렉션(My First Collection)’이었다. 불황기에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신규 컬렉터를 유혹하는 기획경매였다. 경매의 일부를‘매력적인가격’이라는 제목으로 분류해, 추정가 300만원 이하의 소품들로 구성했다. 실제 서울옥션이 2008년 한해 동안 진행되었던 경매에서 1,000만원 이하에 낙찰된 작품은 전체 939점 중 445점으로 47%를 차지했으니, 미술시장이 큰 손들의 바닥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법인에서 미술품구입비용을 손금에 계상할 수 있는 범위가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지난 1월 상향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법인에서 300만원 이하의 미술품구매를 많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는 미술컬렉터 저변확대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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