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motif from 'CARIATIDE', Amedeo Modigliani, 1914
Illustrations and Calligraphy by SEUNGMIN
모딜리아니의 그림으로 장식된 미술관 3층에 올라갔을 때 처음 시선을 잡은 것은 인물화의 눈 이었다. 동공 없이 하늘색으로 채워진 눈, 혹은 검게 채워진 눈, 물론 눈동자가 제대로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심지어 한쪽 눈은 비워져있고 한쪽 눈은 눈동자가 있는 그림도 있다. 어째서 그렇게 그렸을까 하는 의문은 전시장 안쪽에 프린트되어 있던 모딜리아니의 유명한 한마디를 읽고 풀렸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모딜리아니는 단지 모델의 외형만 보며 그림을 그린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나보다. 감동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예술가는 이렇게 자신의 사상과 감성을 작품에 담아내는 거구나. 그래서인지 더욱 모딜리아니의 그림 하나하나 눈을 뗄 수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전시는 모딜리아니의 총 5작품밖에 되지않는 풍경화 중 1점부터 수많은 초상화들, 조각을 목적으로 한 스케치들과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을 그린 그림들, 누드화, 친구 키슬링과의 합작품 등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 모든 그림들이 아름다웠지만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조각가를 준비하던 시절의 작품들이었다.
여인의 곡선을 어쩜 저렇게 간략한 선으로, 부드럽게,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딱딱하게 왜곡된 이목구비의 형태는 지금으로 생각하면... 약간 로보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여인의 부드러운 인체를 표현한 단순한 형태감은 딱딱한 얼굴과 어우러져 묘한 통일감을 만드는 것 같았다. 고대의 여인상기둥과 아프리카 원시조각 등에 영향을 받아 조각가로의 전향을 꿈꿨지만, 지병 탓에 결국 포기해야 했던 모딜리아니는, 그 뒤에도 조각의 절제된 선과 간략화된 형태감을 그대로 그림에도 접목한 것 같았다.
특히 긴 얼굴, 딱딱하고 역시 긴 코, 긴 목과 둥그스름한 곡선의 어깨선을 가진 모딜리아니의 그림속 여인들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전시 구성을 따라가면서 이렇게 초기 작품과 중기, 후기 작품이 어떠한 식으로 변화와 발전을 겪었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모딜리아니가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면 결국엔 어떠한 형태가 되었을까?
그것이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한 그런 전시였다.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