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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리히터 : 파노라마

유우숙

게르하르트 리히터 : 파노라마

2.12 - 5.13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독일이 자랑하는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의 팔순잔치가 여기 베를린의 신국립미술관을 비롯한 곳곳에서 한창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에, 온 미술계가 회화의 종말을 논하며 신랄한 비판을 해도 그에 개의치 않고 “아직도 회화가 갖고있는 가능성이 무엇이며 그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지를 타진”하기 위해 구상, 추상, 색표, 유리, 거울작업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리히터. 이젠 동시대 회화의 티탄, 21세기의 피카소라 불리기까지 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의 여인 엠마, 빛을 발하며 타고있는 하얀 초 한자루, 금방 뒤를 돌아볼 것 같은 딸 베티의 초상화, 화려한 색상의 추상화, 색표그림 등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그림들부터 최신 디지털 기법을 이용한 색줄그림에 이르기까지, 지난 50여 년에 걸친 작업세계에 대한 통찰을 가능케하는 140여 점이 여기 신국립미술관에 모두 모여있다. 시대별로 펼쳐지는 이 파노라마는 질서 정연한 주제도 양식도 시대별로 꼬집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추상과 구상을 동시에 부단히 섭렵해 온 리히터의 작업 방식뿐만 아니라, 반세기가 넘도록 지켜온 반복과 변형이라는 그의 작업원칙을 알아차리게 한다. 동시에 우연에 맡긴 원색의 추상화던, 과거 일상의 모습들을 기록해 놓은 그 어떤 구상화던,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겹쳐놓은 유리작품들이던, 선명하지 않음이 공통분모임을 느끼게 한다. 선정적이지도 격정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차분한 아련함으로 말을 걸어오는 리히터의 작품들, 그 어느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고 가슴으로만 감지케하는 그의 그림들, 보고 있노라면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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