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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를 추천하다(4) 권석만

김복영

권석만 |‘ mass’와‘volume’의 재해석

많은 조각가들이 하드머티리얼보다 소프트머티리얼쪽으로 전향하고, 아이디어와 소재면에서 조각의 경계를 떠나 거반 일상 속에서 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때, 이를 아랑곳하지않고 가장 개성이 강한 화강석을 주재료로 조각본연의 아이디어와 방법을 천착하고 있는 권석만을 추천한다. 그가 시류보다는 조각본연의 길을 모색한다해서만 추천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건 돌을 이용한 매스와 볼륨의 재해석이 특출해서다.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매스(mass)고 볼륨(volume)이냐라고 의문의 토를 달지 모른다. 그러나 매스냐 볼륨이냐는 체스의 게임룰처럼 조각예술에서도 영원히 끝나지 않는 규칙의 항들이라는 걸 알아야한다. 제아무리 첨단 매체를 사용한다해도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15년 여를 지속해오고있는 그의 방법론은 흔히 그렇듯이 큐브나 자연석 외부를 깎고 파드러가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거꾸로 돌의 안쪽을 파서 내부에다 홀을 만들어 물체의 안을 비움으로써, 바깥에서 보았을 때 내부공간의 낌새가 매스의 외표에 드러나게 하는데 있다. 이는 돌의 물질성을 교묘하고도 방법적으로 해체해서 실재가 존재하는게 아니라 환영이 이를 대신한다는 걸 강조하는데 뜻이 있다. 그는 매스를 그 역인 비움으로 해석함으로써 화강석이라는 견고한 물질이 갖는 질료적 실체의 너머에서 불현듯 환영이 발현하는 걸 응시한다. <내면의 성>(1994-2004), <성장>(2005), <발아하는 공간>(2008- )에 이르는 일련의 탐색이 이 계보의 작품들이다.<지난 해 가을에 가졌던 박사학위 청구전(홍익대)에 출품한 <발아하는 공간>은 근작들 가운데서도 압권이다. 과거의 작품들이 토기. 탑. 병. 부도같은 한국인의 혼백이 밴 일루젼의 품목들이 강했던데 비해, 근작들은 비어있는 내부에다 입체의 심축을 안치하고 안쪽의 허의 곡면과 대비시키는 한편, 공간해석의 중심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 둠으로써, 보다 순수하고도 자유로운 환영을 야기 시킨다. 그의 조각들은 가장 견고한 재료가 갖는 지속성을 깨트려 연성적이고도 찰나적인, 마치 봄의 새싹이 무(無)로부터 발아해서 유(有)를 향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상기 시킨다. 이를위해 단연 채움보다는 비움이 강조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채움과 비움을 동시적으로 상호반전(反轉)을 시도한다. 이야말로 우리의 창조신화의 원천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앞으로 우리 조각계, 나아가서는 미술계 전체가 여전히 서구로부터 동진해오는 시류성에 연연하지않고 이들에 대해 우리의 정체성으로 응전함으로써, 우리식으로 대응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권석만을 추천하는 마지막 이유가 이것이다.

권석만 1965년 전북 출생, 서울대 조소과, 중앙대 대학원 조형예술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이탈리아, 서울, 전주, 파주 등에서 7회 개인전, 2003년부터 일산오픈스튜디오 참여, 다수의 그룹전, 현재 고려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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