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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를 추천하다(5) 박성환

정영목


박성환‘이동’에 천착해온 학구적인 시대정신



최근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살펴보며, 특히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다음의 사항을 비평하고 싶었다. 포스트모던이후 매체(media)와 형식(visual form)의 각개 전투적인 양상을 띄면서, 작품의 주제/소재를 바꾸면 그 작품의 개념과 형식도 저절로 바뀌는양 착각하거나, 바뀐 그것이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인양 설쳐대기도 한다. 형상성의 작업이 대세인 작금의 세태와 더불어 예를 들어, 투명한유리잔을 그리다 알사탕을 그리는 것으로 바꾸면 그 것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꾼듯 착각하며 거기에 안위한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누구는 볼펜을 그리는데 나는 벽돌을 그리니 남들과 다른 독창성을 가졌다고 착각한다든지.... 개념은 없고 주제나 소재, 혹은 매체만 왔다갔다하면 작품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요즘 젊은 작가들의 경향성이다.




이러한 측면의 반대성향때문에 나는 작가 박성환을 주목한다. 적어도 그는 미술과 조형의 ABC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몇 안되는 젊은 작가중의 한 사람이다. 박성환은 작품의 개념이 무엇이고, 그게 주제와 무엇이 다른지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태도가 형식이 된다'고 그의 작품은 또 다른 방식으로서의 개념 찾기 게임이다. 그가 설정한‘개념’이‘태도’를 만들고, 그 태도가 온갖 매체를 넘나드는 형식으로 탄생한 것이 그의 작품이다.
작가는 몇 년째‘이동’이라는 개념에 천착해왔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또는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의 이동 - 공간과 장소의 이동은 곧 인식의 이동이자 이미지의 이동이며, 현대인의 새로운 방식으로서의‘유목(nomad)’이기도 하다. 이동에 따른 인식과 이미지의‘생소함’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익숙함’으로변하기도한다. 이 개념의 조형을 위해 작가는 이동을 나타내는 모든 기호들에 주목한다. 예를들어, 신발, 지도, 등고선, 경계선(borderline), 비행기, 활주로, 항공노선, 화물짐짝, 등등. 누군가 말했듯“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작가는 적극적인 소통으로서의 이동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유학경험처럼“미국속에서 한국을 살고, 한국속에서 미국을 사는”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렇듯, 개념이 태도를 만들고, 그 태도가 형식을 잉태하는 박성환의 작품은 유행과 상업성에 물들지않고 학구적이어서 더욱 좋다. 젊음에 들뜨지 않고 자신의 개념을 태도와 형식으로 풀어가려는 작가의 묵묵한 투지같은 것을 나는 그의 작품에서 본다. '지도안의 세계는 지도밖을 지향하고, 지도밖의 세계는 지도안의 세계를 닮아간다.... 나는 두 세계가 하나로 겹쳐지는 지점에서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경험하고 싶다”는 작가의 태도는 국제성과 지역성의 간극에서 갈등하는 우리 스스로의모습 같은 시대정신을 품고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정영목 /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박성환 1973년 충북 청주 출생,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 3회 개인전 및 주요 그룹전 참여, 2005 프랑스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in Paris 거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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