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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이서미, 지칠 줄 모르는 이야기꾼

서성록

이 작가를 추천한다(13)

이서미를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소설가가 있다.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작가 로이스 로이이다. 그의 소설 『행복지킴이 키퍼』는 한때는 잘 나가던 광고모델로 재물도 쌓았지만 지금은 시골마을의 한 가정에서 평생을 행복지킴이로 살아가는 개의 이야기이다. ‘인생유전’을 개에 비유하여 그처럼 쓸 수 있다니 로이스 로이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로이스 로이와 이서미의 공통점은 ‘지칠 줄 모르는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소설과 그림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쉴 새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며 감상자를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삶의 무대를 동화의 나라처럼 바꾸어준다. 화면을 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환상의 무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구름을 나는_Monotype, Drypoint, Pop-up_67x54cm_2009


작가는 여행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 집과 거리의 표정을 정감 있게 짚어낸다. <먼길>에서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루한 길을 지치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을, <마치>에서는 봄날을 맞아 숲길을 걷는 한 가족을, <자라다>에서는 30배, 60배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식물을, <눈부신 거리>는 가로수 옆 건물 안의 풍경을, <나비와 개>는 초록 잔디 위에 앉은 강아지 주위를 나풀거리는 나비를 각각 실어냈다. 
 
어린이 책을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입체물처럼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호기심과 상상력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제각각 서로 다른 표정과 동작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화면 분위기를 한층 북돋아준다. 발랄함과 생동감을 주기 위해 작가는 이미지들을 자르고 접고 붙이는 등 팝업수법을 동원하여 만화 같은 인물표현으로 감상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의 작품 중에 무대로 걸어 나오는 어린이를 축하해주는 <등장>이란 작품이 있다. 무수한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 있고 부모인 듯한 인물이 조그만 통로로 걸어 나오는 아이를 두 손을 들어 맞아주는 작품이다. 만화 풍의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을 던져준다. 아이가 걸어 나오는 무대는 공연무대가 아니라 ‘인생 무대’이며 관객은 그와 무관한 사람들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보여준다. 이서미의 그림에서는 이처럼 훈훈한 이야기들이 꼭지를 틀어놓은 수돗물처럼 콸콸 흘러나온다. 

이서미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활력소가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등장_Monotype, Pop-up_51x65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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