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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전강옥 / 중력조각, 불안정한 삶의 유비

고충환

이 작가를 추천하다(15)

낚싯줄 위에 얹혀져 있는 돌들, 삐딱하게 서 있는 책장과 기우뚱하게 기울어진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큐브들. 전강옥이 제시하는 구조물들은 하나같이 불안하다. 누가 툭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쓰러질 것 같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런 불안정한 균형을 통해서 중력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한편,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 불안정하고 덧없는 것들, 그 존재감이 희미한 것들에게 실체감을 부여해주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작업의 핵심은 중력이다. 그러나 중력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어서 그 실체가 잘 드러나 보이지가 않는다. 공기만큼이나 자명한 것일수록 그 실체는 오히려 드러나지가 않는 인식론적 딜레마로부터 중력 역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돌파해 중력의 실체를 가시화할 수는 없을까. 주지하다시피 사물이 바닥에 닿는 표면적이 넓으면 중력은 분산되고, 그 표면적이 좁으면 중력은 집중된다. 사물이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그 균형을 지속시키는 힘의 실체는 더 잘 드러나 보이고, 가까스로 안정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안정체제를 지속시키려는 힘의 계기는 더 뚜렷해진다. 작가의 불안정한 조각은 이런 연유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사물이 바닥에 닿는 표면적을 최소화함으로써 중력을 집중시켜 그 중력에 버티는 힘을 가시화한 것이다. 약간의 충격에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불안정한 구조와 더불어 중력이 집중되고, 집중된 중력에 버티는 힘이 강화되고, 덩달아 극적 긴장감마저 고조된다.



작가의 조각은 바로 이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힘의 계기(심지어 우연성의 계기마저도)를 피할 수는 없다. 이렇게 낚싯줄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떨어진다. 여기서 작가는 삶의 유비를 본다. 삶이란 중력에 힘겹게 버티다가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미미한 힘에 부닥쳐 마침내 바닥에 떨어지고 마는 이 돌들처럼 추락하는 것이 아닐까. 삶이란 그 추락을 피하기 위해 긴장강도를 최고로 유지하는 순간들의 연속이 아닐까.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부실하고 빈약한 재료들, 이를테면 잔 나뭇가지, 낚싯줄, 조각돌들, 콘크리트 블록을 소재로 하여 조각을 재정의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서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자기반성적 계기에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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