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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박대조 / 앵글 위에 새긴 눈의 표정

김종근

이 작가를 추천한다(20)

나는 박대조의 사진작품에 주목한다. 박대조의 작품 속에 있는 충격적인 이미지들은 과시적이지 않지만 묵시적이고 침묵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레이터가 다큐멘터리를 감정 없이 서술하고 풀어내듯 감정을 감추며 내면에는 깊숙한 발언과 송곳 같은 아픈 시선이 담겨 있다. 그의 시선은 모두 어른들이 만든 문명의 그릇된 욕망과 이기적인 욕심 등의 비판에 집중되고 있다. 이 비판적인 작가의 앵글은 철저하게 선한 표정의 서양 어린이나 혼혈 어린이들의 눈을 빌려 작가의 시선으로 변환 된다. 어린이의 눈을 빌려 말을 거는 방법이다.







눈동자를 통해 들려주는 작가의 메시지 속에는 사실 미술이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드러내는 탐미적인 표현 형식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작가의 예술적인 이데올로기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내게 있어 작품 활동은 자기 내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자연과의 지속적인 반응과 소통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철학”이라고.

그는 조용히 침묵하는 비인간적인 현실의 이미지들을 앵글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인간들의 참 모습을 어린이 눈을 통해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수한 얼굴 이미지는 다양한 침묵적인 표정 속에서 커다란 눈동자이다. 비로소 그 단아하고 무표정한 침묵 속에 담겨있는 눈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공포스러운 전쟁의 상황들, 우리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지만 작가는 동심의 표정과 맑고 순수한 표정으로 그 현실들을 기록한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사실 전형적인 사진을 다루는 작가와 기록자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그것의 마지막 종착역이 바로 영혼을 자연 재료인 돌의 피부에 올려놓는 행위 인 것이다.

어린이의 눈동자를 통해 무위자연의 철학
박대조가 오늘의 현실을 어린이의 눈동자를 통해 읽어내려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장자의 무위자연의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작가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아마도 작가는 어린이들 눈에 이처럼 선명하게 보이는데, 왜 인간들아 그것을 보지 못하느냐 라는 역설적인 항변이기도 하다. 이 어린 아이들이 커서 이와 같은 현실들을 물려받는 것에 대한 묵시적인 질타도 담겨 있는지 모른다. 가장 순수하게 빛나야 할 아이들의 얼굴, 모든 세상을 담아내는 그들의 얼굴에 내려진 슬픔의 그림자를 박대조는 우리들에게 문신처럼 다시 각인 시켜 줄 뿐이다.

모든 삶을 반영하고 담아내는 눈동자의 본질과 그 슬픔의 실체를 어린이의 눈을 통해 가차 없이 드러내는 냉정함. 퀸터 그라스가 소설가가 되기 전 석공과 석각 일을 하였다는 것과, 박대조가 돌을 다루면서 결국은 돌 위에 이처럼 냉혹한 현실을 날카롭게 사진을 올려놓는 일을 하는 하였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만큼이나 감동적인 공통의 시선이 존재한다. 내가 그를 추천하고 주목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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