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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술품, 바람을 일으키는 자신감

윤철규

ART ISSUE(2)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하면 역시 자신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16일 항저우의 저장성박물관과 타이완의 광따(廣達)문교기금은 부춘 강변의 한 호텔에서 양측에 서로 나뉘어있는 작품을 한데 합쳐서 전시하자는 비망록에 서명했다. 서명 후 양측 대표들은 활짝 웃는 가운데 악수를 교환했다. 박수 소리와 환호성 소리는 저장성박물관쪽이 훨씬 더 컸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MOU까지 체결한 거창한 작품은 그림의 난정서라고 불리우는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다. 이는 원말 4대가 중 한사람인 황공망이 만년에 자신이 거처하던 절강성 부춘강 일대의 산과 강변 모습을 그린 대작(원래는 8m 정도로 추정)으로 제작에 3년이 걸린 노작이다. 이 장편 두루마리는 이후 심주, 동기창 같은 명사들의 소장 이력이 보태지면서 더욱 유명해져 오늘날에는 중국10대 명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현재 둘로 나뉘어 하나는 타이페이의 고궁박물원에, 나머지는 저장성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바로 지독한 소장벽(所藏癖) 때문이다. <부춘산거도>는 청나라 초에 오지구라는 사람 손에 들어간 뒤 아들 오홍유에게 물려졌다. 오홍유는 죽으면서 지영의 천자문과 이 그림이 ‘남에 손에 들어가는 것을 절대 볼 수 없다’며 불태우고자 했다. 지영의 천자문은 이때 실제 불타버렸다. <부춘산거도>도 불 속에 집어넣고 그는 자리를 떴는데 그 틈을 타 조카가 불붙은 <부춘산거도>를 집어냈다고 한다. 이때 앞쪽 상당 부분은 불타버리면서 그림은 둘로 나뉘었다.



메인이 되는 것은 6.36m의 뒷부분이다. 이는 큰 수집가였던 건륭제의 손에 들어갔고 이후 다른 자금성 컬렉션과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가 고궁박물원 소장품이 됐다. 51.4cm의 앞부분에는 아무런 도장이나 글씨가 없어 무명씨 그림으로 여겨지면서 여러 수장가 손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이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38년으로 이때 오대징의 손자이자 당시 유명한 감식가였던 오호범이 <부춘산거도>가 불타면서 나뉜 일부라고 감정하고 또 ‘남을 잉(剩)’자를 써서 <잉산도(剩山圖)>란 제목을 지어붙였다.

<잉산도>를 소장하고 있는 저장성박물관은 이들의 합체 전시를 위해 십수년 동안 공을 들였었다. 그래서 이날 조인식에서 더 큰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저장쪽은 1998년부터 합체전시를 타이페이측에 제안했다. 이에 무소식이자 2005년에는 비교적 중립적인 홍콩의 피닉스그룹을 등장시켜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계기가 된 것은 친중국적인 마영구 총통의 등장과 2009년 10월에 타이페이 고궁박물원의 ‘옹정제’ 전시때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 관련 작품을 아무 조건 없이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됐다. 또 작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수상은 양안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림이 이와 같은데 인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라는 말을 하면서 협조 무드는 급물살을 탔다.

이로서 <잉산도>는 오는 6월 1일부터 두 달간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산수합벽-황공망 부춘산거도’전에 출품될 예정이다. 그런데 타이페이의 주공신(周功欽) 관장은 타이페이의 것을 빌려주는데 대해 ‘적당한 시기가 되면’이란 말만하고 있다. 저장성도 빌려달라는 말은 공식적으로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자신감을 바탕으로 큰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의 미술시장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 때문에 잠깐 주춤했지만 작년의 경우는 경매시장의 총거래액이 무려 573억 위안(한화 약 9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작년 말 중국계 한 컬렉터는 ‘중국 미술품의 가격 결정권이 드디어 중국인 손에 되돌아왔다’고 외쳤다. 실제 전세계 10대 고가(高價) 중국미술품 중 단 한 점만 제외하고 9점은 모두 최근 중국내에서 거래됐다. 중국 경제는 이미 세계 2위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몇 년 전부터 중국은 1,000개 박물관건립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 경제에 걸맞는 문화적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이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3월이 되면 국내도 미술시장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한국미술품에 따뜻하고 포근한 바람이 일지 어떨지는 순전히 우리 마음속의 자신감 사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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