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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관심을 찾아낼 때

윤철규

ART ISSUE(5)

이제부터 계절의 여왕인 5월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 대한 기억이 언제였냐 싶을 정도이다. 자연은 이처럼 때가되면 변하는 게 정해진 이치다. 세상사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현실에만 파묻히다 보면 가끔 이런 이치조차 놓치고 말 때가 있다. 변화가 이치인 세상사에 ‘한국미술’시장을 보면 정말 변화와는 무관한 곳처럼 보인다. 옛 방식 그대로인 디스플레이와 비즈니스 방식 등등. 물론 옛 미술품을 다루는 만큼 보수적일 수 있다. 또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한 중국기사를 보니, 은퇴한 중국고궁박물원의 한 도자기 감정위원이 작금의 중국미술시장을 가리켜 “요즘 사람들은 깊은 맛을 모른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중국 도자기라면 지금까지 으레 송·원대 도자기를 최고로 쳤는데 요즘 중국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청나라때 만들어진 화려하고 기교적인 것들뿐이란 얘기다.





중국감정위원의 탄식과는 별개로 어쨌든 중국시장은 지금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문제는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는 한국미술시장이다. 도자기 쪽만 봐도 계속되는 침체에 변화를 만들어낼 의지조차 잃어버린 듯한 안타까움을 보인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국도자기는 찬란했다. 시대에 따라 늘 새로운 감각과 시각이 등장했고 또 새로운 관심도 만들어냈다.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의 이토 이쿠타로(伊藤旭太郞) 명예관장은 어느 글에서 ‘일본에서 한국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크게 세 번 바뀌었다’고 했다.

소개해보자면 첫 번째는 다도구로서의 관심이다. 무로마치 시대에 다도 문화가 번성하면서 고려청자 다도구가 인기를 끌었다. 중국 다완과 나란히 소중한 대륙산(大陸産)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센노리큐(千利休)가 등장해 지금 한국에는 전혀 전하지 않는 이도(井戶) 다완의 매력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려청자에 대한 감상용 관심이다. 조선을 합병한 일본은 개성 일대의 고분에서 나온 고려청자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그동안 본토에서 소품 다도구만 보아 왔는데 전성기의 화려하고 정교한 고려청자는 별세계였기 때문이다. 메이지 원훈(元勳)으로 불리우는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모두 고려청자에 매료된 컬렉터들이었다. 세 번째 변화는 백자에 대한 관심 등장이다. 1914년 가을, 경성에서 소학교 선생을 하던 아사카와 노리다케(淺川伯敎)는 당시 『시라카바(白樺)』란 문예잡지의 편집자였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를 찾아갔다. 무네요시는 당시 로댕에게 받은 조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심 조각가를 지망했던 노리다케가 ‘로댕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겠냐’고 찾아간 것이다. 이때 들고간 선물이 조선의 <청화백자추초문각병>였다. 무네요시는 이 병을 보고 즉석에서 ‘이름없는 장인이 만든 가장 자연에 가까운 기교’라고 찬탄하면서 자신이 전개하는 민예운동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시점부터 조선 백자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고 백자 컬렉션 열기도 일어났다.



해방 이후에는 우리 스스로 한국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냈다. 가장 먼저는 달항아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다. 당시 최순우 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후덕하게 잘생긴 맏며느리’라는 말로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결과적이긴 하지만 일반의 관심이 뒷받침되면서 현재 3점의 달항아리가 국보로 지정돼있다. 그리고 분청사기도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찾아낸 장르다. 이 분야는 정양모 前 관장과 강경숙 前 충북대 교수의 주도한 연구로 일반인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1993년 호암미술관의 ‘분청사기 명품전’은 소탈하면서도 선이 굵은 분청사기의 미(美)를 결정적으로 인식시킨 전시였다.

변화는 더디게 혹은 빠르게 오기도 한다. 또 장면 장면마다 뛰어난 개성의 소유자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두는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있고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말이다. 한국미술시장은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21세기가 요구하는 한국도자기에 대한 새로운 감각·시각·관심을 만들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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