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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노래에 민화, 청자도

윤철규

ART ISSUE(8)

2007년 여름이라면 일본에서 후유소나1)의 열기가 지나가도 한참은 지났을 무렵이다. 하지만 배용준·최지우 두 사람의 뒤를 이어, 잘생긴데다 능청맞게 연기도 잘하는 미남미녀 배우들의 드라마가 일본에 속속 소개되면서 한국드라마 붐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사실이 자명해지던 즈음이었다. 이때 요미우리신문 기자와 함께 도쿄대를 비롯한 일본에서 미술사를 전공하는 교수와 박물관 관계자들이 우르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국드라마 붐을 지켜보면서 좀더 문화적인 이벤트가 없을까 하고 궁리하고 있던 요미우리신문사가 파견한, 이른바 이벤트 실행부대격인 셈이었다. 실제 이들은 그해 여름 한동안 국내의 관련분야 전문가, 박물관 관계자, 화랑 주인 등을 다양하게 만나면서 교섭 활동을 폈다. 그 결과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일본 4개 도시를 순회한 ‘조선 왕조의 회화와 일본’이란 전시를 꾸며냈다.



한국드라마를 보든 안보든 당시 일본 사람들은 도대체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그토록 한국드라마에, 또 욘사마에 열광하는가 하고 궁금해 하던 차였다. 바로 때를 맞춰 ‘한국드라마의 뿌리가 되는 문화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하고 펴보인 것이 이 전시였다. 더욱이 전시에는 에도시대 유명 작가들인 다와라야 소다츠(俵屋宗達), 이케노 다이가(池大雅), 이토 자쿠추(伊藤若沖)도 집어넣어 이들 그림속의 조선회화 영향까지 소개함으로써 한층 관심과 흥미를 자극했다.

한국드라마 붐을 계기로 생겨난 일반인들의 막연한 호기심을 조선시대와 에도시대의 회화로 엮어낸 시의적절한 기획이었고 마케팅 실력이었다. 이 전시는 예상대로 사회의 관심이 높았고 관람객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미술관연락협의회가 탁월한 전시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카탈로그 논문상’이란 특별상도 수상했다.



파리에서 한국은?
요즘 일본에서 한국드라마는 더 이상 뉴스도 아니고 일본 아주머니들이 한국배우들의 팬이란 사실도 새삼스런 일이 아니게 됐다. 그런데 최근에 멀리 파리의 젊은이들이 한국노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요즘으로 보자면 파리는 뉴욕보다 뒤쳐져 있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서는 세계 최고의 예술 도시로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그런 곳의 젊은이들이 K-POP에 열광했다니. 선뜻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믿거나 말거나 세상 일이 모두 첫 걸음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로 이때’가 아닐 수 없다.

파리에서 한국은 참으로 변방에 해당한다. 그 유명한 ‘삼성’조차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대학생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실제 파리를 걸어보면 아시아에는 일본과 중국만 있는 듯하다.

미술의 자포니즘을 제쳐놓고 보아도, 유명한 오페라가 보이는 대로에서 한 발자국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본 스시집과 라멘집이 즐비하다. 또 세느 강가의 샹 드 마르스 공원 옆쪽에는 지상 6층, 지하 5층의 거대한 일본문화원이 있어 과거를 포함한 현재의 일본을 소개하고 있다.

파리와 중국의 각별한 사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루브르와 기메미술관의 충실한 중국 소장품은 세계적이다. 그 외에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몽소 공원 옆의 세르누치미술관은 비교적 덜 알려진 미술관이지만 이곳에도 입이 벌어질 정도의 중국미술 명품들이 즐비하다. 일본 가수의 노래를 듣고 혹은 중국의 서커스단을 보고나서 ‘일본은?’, ‘중국은?’ 이라는 호기심이 생긴 파리지엥, 파리지엔느라면 이곳에 가보면 그만이다.

K-POP의 유럽 진출이 시작됐다고 하니 ‘民官(민간과 정부)’ 가리지 않고 나설 때다. 지금. 민화도 좋고, 분청도 좋고, 백자도 좋고, 청자도 좋고, 조선시대 그림도 좋다. 물론 시대별로 소개하는 기획도 좋다. 그래야 핸드폰을 어째서 잘 만들고 노래와 춤을 왜 그토록 잘 출 수 밖에 없는 지가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은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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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유소나는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겨울소나타(冬のソナタ)』란 제목으로 소개되면서 이를 줄여 부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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