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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중국도자기는 누가 다 가지고 있을까

윤철규

ART ISSUE(10)


길가는 사람이 혼자서 싱글벙글한다면, 대개는 ‘거참, 싱겁네’라고 한다. 그런데 자다가, 아니 자면서도 희죽거리고 있다면 뭐라고 해야 하는가. 갓난아기라면 귀엽기라도 하지. 길가면서도 희죽이고, 어쩌면 자면서도 싱글벙글하는 사람들이 아닌 게 아니라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울고 웃는 게 모두 한 짝이라 하지 않는가. 이 히죽이는 사람들 때문에 울상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이야기 인고 하니 중국도자기 이야기이다.
자세한 사정을 소개하기 전에 전제가 되는 중국미술시장, 중국도자기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중국미술시장은 일취월장 확대일로이다. 중국 경제는 작년에 공식적으로 GDP면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의 자리에 올랐다. 미술시장도 똑같다. 아트프라이스(Artprice.com)는 중국시장이 작년에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제2의 규모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금년 상반기 결과는 현란할 정도이다.



상위 10개 경매회사가 올린 상반기 낙찰총액은 205억 위안. 우리 돈으로 치면 무려 3조5천억 원에 가깝다. 거래된 작품수만도 29,117점이다. 참고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회사의 낙찰총액은 102억1,400만 위안이었다. 이런 중국미술시장에서 3대 메이저품목 중 하나가 도자기이다. 물론 뉴스에 나오는 중국 최고가기록은 여전히 서화(書畵)쪽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서화는 물량에 한계가 있으니 조만간 도자기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대 경매회사중 4번째인 베이징 쾅스(匡時)의 동궈창(董國强) 대표는 도자기를 주목하라고 한다. 그는 금년초 시장전망을 하면서 몇 년 내에 중국미술시장은 도자기가 50%는 차지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런 예측을 입증하듯 상반기 10대회사의 결산에서 도자기는 47억 9,200만 위안(약8천억 원) 어치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억 위안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조금 장황하게 저간의 중국도자기 시장을 소개한 것은 ‘생각만해도 좋아 죽겠다’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들이 누구인가하면 이런 중국도자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컬렉터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시장의 커뮤니티 밖에 있는 이른바 권외(圈外) 인물이다. 이들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소장품도 알새라 볼새라 감추고 있어 규모나 수준도 파악이 잘 안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저렇게 들리는 말을 엮으면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송나라 5대 관요의 도자기는 물론 용천요, 경덕진요에 원나라와 명나라의 청화백자 등 일품, 명품들이 즐비하다. 수량도 놀랄 만하다. 사진첩으로 두세 권씩 되는 것은 보통이다. 또 수백 점을 한 자리에서 보았다는 소리도 있다. 이런 명품이 한 두 점도 아니니 중국소식이 들릴 때마다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도 당연할 터이다.<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미술시장의 시선은 착잡하다. 검증 문제인데 이들 물건에는 의례 ‘중국 현지에서’, ‘신뢰할만한 현지사람을 통해’, ‘20-30년 전부터’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시장은 여기에 대해 가짜 계란도 만든다는 사실을 잊었느냐고 일침을 놓는다. 사실 한국은 중국도자기에 관한 정보 공백지대에 가깝다. 관련 책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검색해보시라). 전문가도 그렇다. 그런데도 말인즉슨 엄청난 물건들이 있다고 한다.
무엇을 하든 본인만 좋으면 그만일 수 있다. 국내에서 발을 구르는 것은 중국도자기의 갑작스런 등장과 시장내 수요 감소가 겹치는 것 같아서이다. 심하게는 출처불명의 중국도자기가 국내수요를 채 갔다고도 말한다. 불황은 자못 심각한 듯하다. 북촌 어름의 한 주인은 세내기가 버겁다고 가게 접을 일을 목하 고심 중이다. 미술시장은 법정이야 폭로야 하면서 어수선하다. 그런데 그 틈에 왕씨 상인이 암약을 한 것이다. 곰들은 조연이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정보 알기를 우습게 안다. 경매회사가 몇 개이건만 상반기 최고가 작품에 대한 기본 집계도 없다. 출판사가 많아도 중국·일본 미술책은 몇 권 되지도 않는다. 그게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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