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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나’를 만나 보이지 않는 것 너머를 보다

정준모

문화 에세이(6)

인간의 욕망 때문에 가장 추악해진 섬, 그러나 한 사람의 의지와 생각으로 다시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아가는재생의 섬 나오시마(直島)에 이우환(李禹煥, 1936- )의 이름을 단미술관이 개관했다. 지난 6월15일 일반에게 공개된 이우환미술관은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 )의 작품으로 서로의 사유가 미학적으로 공명으로 이어지면서 완벽한 호흡과 일치를 통해 진정한 ‘만남의미학’을 보여준다.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소이치로(福武總一朗, 1945- )회장이 1987년부터 주도면밀한 계획과 섬세한 뚝심으로 예술 프로젝트를 실현하여 구리제련소로 황폐화한 나오시마를 세계적인 문화적예술적 공간으로 부활시켰다. 버려지고 잊혀진 섬을 ‘예술의낙원’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던 그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다다오와 의기투합해서 이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1992년 잭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브루스 나우먼, 야니스쿠 넬리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베네세현대미술관’을 개관하고, 2004년 건물을 땅 속에 가라앉힌 ‘지추(地中)미술관’을 개관했다. 모네의 수련을 중심으로 빛과색 그리고 보이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필요로 하는 이 미술관은 제임스 터렐과 월터 드마리아와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 각각의 작품이면 서동시에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여기에 버려진 빈집을 작가들 이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이에(家) 프로젝트’를 통해 섬 전체를 미술의 낙원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이우환미술관의 내용
연간 5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된 이 섬에 문을 연 이우환미술관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의 미술관은 베네세 하우스에서 지중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서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땅 속에 가라 앉힌 때문이다. 두세겹의 노출 콘크리트 담을 굽어 돌면 하늘이 뚫려 있는 삼각형의 공간에 다다른다. 이 곳에서 또 다른 <관계항>이 ‘나’를 맞는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의 근간 인돌이 있고 그 돌앞에 돌에서 추출해낸 철판이 20세기의 대리석이라는 돌을 원료로 만든 콘크리트 벽과 만나 묘한 긴장과 적막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끝이 살짝 들어 올려진 철판은 그 적막함을 깨는 의식처럼 작용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만남의방’이 나온다. 이곳에는 이우환의 대표적인 점에서, 선에서 그리고 바람 시리즈와 조응시리즈등 10점의 평면작과 1점의 입체작품 관계항이 그의 작가로서의 여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돌과 철과 콘트리트가 묵언의 대화를 나누는 ‘침묵의방’은 벽과 천정이 맞닿는 라인이 위쪽으로 원만한 곡선을 이루면서 상승감을 자아내며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일단을 드러낸다. 그리고 영상과 돌이 만나는‘그림자의 방’을 지나면 마지막으로‘명상의 방’이 ‘나’를 기다린다. 신발을 벗고 이 곳에 들어서면 가슴이 엄숙한 벅차오름으로 가득해진다. 그는 이렇게 모더니즘으로 모더니즘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왔다.



보이지 않는것을 보게한다
사실 이 미술관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을 안도다다오의 권유로 관람한 후 쿠다케이 사장이 제안 함으로서 시작되었다. 생전에 자신의 이름이 걸린 미술관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에게 안도와는 공동작업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움직인 것. 평소 두 사람의 작품과 컨셉 그리고 미학과 미학의 실천방법에서 공통점이 많았던 차에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만남을 미술관으로 풀어 내었다. 이 미술관에 들어서면 이우환의 작품의 의미보다는 작품과 공간이 자아내는 공간의 울림, 떨림이 진동처럼 묘하게 전해진다. 마치 작품이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점에서 누가 그림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이토록 엄숙함을 느끼고 나를 느끼며 자연을 생각하고 존재를 인식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그림은 위대하다는 생각이들었다.

우리는 항상 보이는 것만 보려한다. 하지만 이우환은 보이지 않는것을 보게한다. 그림이나 조각 그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고 지시 하기 보다는 ‘거기’에 있고 ‘나’와 만나면서 어떻게 서로가 어떻게 ‘공명’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림이그림이 아닌 하나의 대상이 자사물이 될때그리고 그 사물과 ‘나’가 만날때 바로 그 순간이다. 미술관을 등지고 나오니 18미터의 거친 콘크리트 기둥이 보이면서 이우환의 예의 철판과 자연석이 서로를 향하는 <관계항>이 저 멀리 수평선을 만난다. 아, 이렇게 모든것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무심하게 만나고 헤어지고 있었구나. 미술관을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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