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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아카이브 설립을

김달진

미술작품 기초자료 구축 미흡
전시회마다 오보 해프닝 속출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을
기록보관소로 발전시켰으면


삼성미술관 리움은 ‘이중섭드로잉전’과 관련하여 지난 17일 미공개작이라고 밝혔던 황소 밑그림이 1979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렸던 이중섭전 도록에도 소개된 작품이라고 이틀 후에 언론사에 부랴부랴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실수를 범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1996년 ‘대상수상작가전’에서 중앙미술대전 수상자인 김훈(金勳 1966∼ )의 근작 대신에 동명이인인 원로 서양화가 김훈(金壎 1924∼ )의 작품을 전시장에 걸었다가 며칠 후 교체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 적이 있다.

우리 미술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들이다. 미술관이나 화랑이 작품 전시나 거래에만 신경 쓸 뿐 프라버넌스(Provenance·출처), 레퍼런스(Reference·참조, 증명서)에는 무관심해 왔다. 한 작품에 대한 유통 경위, 전시에 출품된 약력, 보존 상태 같은 자료 구축이나 자료 공개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작품 소장처도 막연한 개인소장 표기가 많다. 개인 소장품이지만 사유 감상품이 아니고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중섭 작품 진위 논란도 자료 부실에 기인하고 있다.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는 ‘분석적 작품총서’로 한 작가와 그의 작품을 연구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미술사 서적이다. 김기창전작도록이 1994년 5권으로 발간되었고 장욱진 유화 721점을 모은 레조네가 2001년 1권이 발행되었다. 특히 장욱진레조네는 도판, 작품에 대한 정보(제목/ 제작년/ 재료/ 크기/ 소장처), 전시, 참고문헌, 해설이 들어 있는 샘플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미술자료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 미술계의 현실이다. 한국미술기록보존소도 서울에 있을 때 일주일에 두 번 제한공개를 하더니 그나마 용인에 호암미술관으로 이전했다. 과천에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자료를 찾으러 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문예진흥원이 운영하는 인사미술공간이 전시실 하나를 정보센터나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술의 메카인 인사동에 한국미술계 발전을 위하여 인사미술공간을 아카이브(Archive·기록보관소)로 발전시켜 보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선 아트도큐멘테이션연구회 창립15주년 기념행사로 한·중·일이 참가한 ‘미술·문화재 정보 네트워크화’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점점 다양해지는 미술정보를 어떻게 생산하여 수용할 것인가. 어떻게 분류, 정리, 기록하여 후세에 전할 것인가 등이 주요 의제였다. 정보의 부가가치는 유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미술계가 외형은 커졌지만 아직도 자료의 기본이 되는 자료집, 연감, 미술사전, 인명록, 통계가 부족하다. 오늘의 정확한 자료가 내일이면 정확한 역사로 남게 된다. 모든 일은 정보와 자료 찾기에서 처음 출발한다. 자료정보화가 전시 지원, 감정기구 설립보다도 급선무인 이유다.

- 세계일보 200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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