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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기 ( 2 )

조규현

베니스 비엔날레 la Biennale di Venezia는 금년으로 창설 110년 51회째를 맞이 하고 있었습니다. 이 비엔날레는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선도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제미술행사입니다. 또한 베니스는 가장 권위있는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영화제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그리고 필자 개인에게는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여사의 책을 통하여 오래전부터 더 가깝게 느껴온 베니스이기도 합니다. 시오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역사 소설이며, 그녀의 책의 전부가 이태리역사와 관련이 있는 책이라 필자도 대부분을 일독하고 있습니다. 이번 베엔날레와 연관을 지울수 있는 것으로는 [르네상스는 무엇이 였는가?] [바다의 도시 이야기]등이 아닐까요. 누구든지 던져 봄직한, ‘왜 베니스 베엔날레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있는 꺼리를 찾는다면 나 개인으로서는 단연코 시오노의 책들을 독파한 탓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위의 시오노의 명저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었던 사람이면 베니스란 이 조금만한 도시에 대해서 호기심과 동경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것으로 생각합니다. 비엔날레 이전의 베니스에 무개가 더 실리는 것이지요.


그 외도 미술에 관련되는 것으로 이곳에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술관과 유적들이며 저 개인으로서는 페기 구겐하임미술관의 존재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미술관에 관한 기사는 이미 다른 자료를 통해서 조금 인지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이번 여행 프로에 선택관광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 미술관은 일행중 김환수 선생 이대 조형예술대학 이성순교수부부와 함께 걸어서 운하의 다리를 건너 방문을 하였는데 이 미술관은 그 유명한 타이타닠선의 치몰사고 때 희생되었던 벤쟈민Benjamin Guggenheim을 아버지로 1898년에 탄생한 Peggy Guggenheim1899-1979이 평생 수집한 서구와 미국의 현대미술작품들을 보존 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침 Jackson Pollock의 초기 작품부터 50년대 초 까지의 작품들을 년대기식 순으로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본인은 아무런 가림이나 장애도 없는 이 원화들 앞에서 마냥 가슴을 두근거리며 가깝게 혹은 멀리 시각을 마뀌 가면서 열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그의 원작을 가깝게 보고 비로서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의 리얼리티를 겸손하게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저가 유심히 본 작품은 1947년의 Enchangted Forest였습니다. 작품의 원본을 보는 이러한 생견하고 전율감이 넘치는 체험은 내정에 세워 놓은 Alberto Giacometti와 Henry Moore의 작품들에도 같이 적용이 됩니다. 비록 주마간산격으로 제한된 시간에 그 많은 작품들을 마냥 스쳐서 지나치지만 몇몇 작품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은 이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원화를 보는 체험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한 사조를 대표했던 작가들의 아우라가 고스란히 감각에 와 닿는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보는 사람들의 시간적인 제약을 어떻게 조율할것인가 라는 문제가 감상자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입니다.


이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Peggy Guggenheim Collection”이며 미술관이 제공해 주는 종합 작품 도록에는 방대한 양의 현대미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외관으로는 아주 우아한 조그만 궁전과 같으며 바로 앞이 본섬과 갈리는 그랜드 카넬(만)와 맞닿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 조상이 독일계 스위스인으로 미국에 이민을 온 가계의 후손입니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에 열중하다가 현대미술작품의 수집을 시작하였는데 베네치아에서만도 30년동안 살았습니다.그녀의 방대한 컬렉션이 지금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1979년 81세의 나이로 서거 이 미술관 내정에 묻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장되어 있는 컬렉션이 일부 194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공개된 일이 있습니다. 재벌가문의 손녀로 성장한 구겐하임여사로 하여금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권한 사람이 바로 유명한 극작가 사뮤엘 베겟트Samuel Beckett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도를 기다리다’란 연극으로 많이 알려저 있는 작가이지요.

저는 자료들을 삷혀 보는 과정에서 아주 우연하게도 이번 주제관 감독을 맡았던 Rosa Martinz여사가 테마관의 타이틀을 ‘Always a Little Further’라고 한 말이 Beckett의 연극의 아포리즘에서 따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의 테마관 취지문에서 사뮤엘 베켓의 말을 인용한 대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When I first conceived the exhibition for the Arsenale, Corto Maltese
was my romantic source of inspiration. As the time of the opening –
just nine short months away – rapidly advanced, Samuel Beckett’s
purity, economy and truth became its dramatic counterpart. Beckett
stated in Breath that life might be a short cry on an empty stage,
occupied only by a little rubbish. In Endgame he showed that even
our parents live in dustbins. Beckett wanted an art ‘weary of puny
explits, weary of pretending to be able, of being able, of doing a little
better the same old thing, of going further along a dreay road’.

바로 사뮤엘 베겟트의 단막극 ‘Endgame’에서 보여준 염세적이나 희망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마지막 남은 하나의 가능한 비전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사무엘 베겟트는 말한다. ‘예술이란 지쳐 가물거리는 표징이며,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무언가가 되어진다 라는 그러나 지쳐빠진 구실이며, 황폐한 길을 따라 가면서 오래된 같은 것을 조금은 낳게 할 수 있는 것일뿐…..”

여기서 인용한 말중 ‘of doing a little better the same old thing’ 이 바로 테마관의 타이틀가 되어 있는 ‘Always a Little Further’ 로 변신한 것입니다. 예술가들 앞에 가로 놓여 있는 이 맹랑한 공허감 emptiness 를, 서양식으로 표현한다면 ‘부조리한 세계’ 앞에서 곧 바로 대좌할 수 있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되는가? 당신들은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 이렇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모노하를 이끌고 선 불교의 사상을 자신의 미학에 접목시켜 서구 화단에서도 화제를 불려 일으키고 있는 이우환씨도 그의 [여백의 예술]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한일이 있습니다. 그의 ‘여백론’도 바로 ‘조금 비튼 변화의 신선함’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 모두의 언설속에는 지구권화 되어 가는 서구산업문명에 대한 종말론적인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배았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베니스 비엔날레는 또한 그 전통적이며 정신적인 뿌리를 중세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세계관과 맞 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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