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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와 이탈리아, 스위스 기행 (1)

김환수

<편집자> 지난 8월 19일부터 28일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에 다녀오신 김환수 선생의 글입니다. 김환수 / 현 : 효창실업주식회사 대표이사




로마
1965년과 197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찾는 로마의 짧은 방문으로 김달진 미술연구소가 주선한 27명으로 된 제 51회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단을 따라 나선 9박 10일 이탈리아, 스위스 여행길은 시작 되었다.

로마의 소나무들은 한국의 소나무들과 달리 나무기둥들이 일부러 가꾸어 놓은 정원수처럼 구부러지며 올라 가기도하고 또 가지와 잎들도 아래로부터 가지런히 뻗어 위로 갈수록 뾰족해 지는 세모꼴 모양이 아니다.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뉴엘 2세 기념관을 거쳐 원로원, 황제의 신전 등 로마제국 권력의 상징들이었던 구조물들의 웅대한 돌기둥들이 마치 로마제국의 영욕을 떠받듯이 서 있는 포로 로마노 (Foro Romano), 콜로세움과 1986년 로마 월드컵 추구경기 개막을 기념하여 처음으로 호세 카레라스, 프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롯티의 3대 터너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던 카라칼라 욕장을 낀 언덕에서서 로마의 소나무들을 내려다본다. Pax Romana의 영광은 간데없고 레스피기 (Ottorino Respighi)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의 경쾌한 선율이 왠지 서글프게 귓전에 울려온다.

피렌체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북상 하면서 전개되는 오렌지 빛 기와지붕들과 황토색 주류의 따뜻하고 온화한 집들이 산재한 이탈리아의 시골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목가적인 전원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피렌체에 이르러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잠시 머물며 사진들을 찍었는데 두오모 성당의 돔을 위시하여 피렌체 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언덕은 27년 전이나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점심을 끝낼 무렵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두오모 성당으로 갈 때는 억수 같은 비가 퍼부어 우산은 들었지만 옷들도 다 젖고 성당 앞 광장은 온통 물바다가 되어 구두 속 까지 물이 찼다. 호우 속에서 르네상스 양식의 상징적인 성당으로 “꽃의 성모 교회”라고도 불리는 두오모의 웅장한 대리석 건축의 위용을 보고 맞은편에 있는 단테가 세례를 받았다는 산 죠반니 세례당 (Battistero 야 San Giovanni)의 동쪽 문 앞에 섰다. 이 세례당은 청동으로 된 세 개의 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로렌조 기벨티 (Lorenzo Giberti) 가 만들었다는 이 동문에는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고 했다는 부조가 새겨있어서 이 장대비를 맞아가면서도 관광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악간은 약해진 빗발 속으로 시뇨리아 광장에 접해 있는 우피치 미술관 (Galleria degli Uffizi)에 갔다. 미리 예악을 했는데도 약 30분 이상을 기다려서야 겨우 입장하였는데 메디치가의 미술 수장 품들을 수장하고 있는 이곳에도 르네상스 시대회화와 조각의 거작들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작품들의 보존 상태는 괜찮았지만 미술관 전체의 관리 상태는 좋지 않은 편이었다.





피에트라산타
다음 숙박지인 라 스페치아 (La Spezia)로 가는 길에 피에트라산타 (Pietrasanta)에 들렀다. 우리가 도착한 것이 저녁 8시 경이었는데 작은 이곳 마을은 아직 한산 하였다. 우리도 안단테로 저녁을 먹으려니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광장의 성당 종소리가 9시를 알리니 광장에 서서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 하고 side walk cafe들의 식탁들도 거의가 다 차고 붐비기 시작한다. 이 지방은 대리석의 주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조각 공부나 작업을 하러 많이 오는 카라라 (Carrara)가 바로 옆이다. 그래서 이 작은 마을도 주로 미술가들의 거리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Santa Fe 비슷한 곳이지만 그곳 보다는 훨씬 작고 분위기는 다르며, 화랑들과 작은 가게들이 많고 마을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 같은 분위기에 중앙에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몇 개의 좁은 골목들이 있고 그 곳에는 운치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화랑들과 함께 있어서 저녁 해가 지고 8-9시쯤 되어야 살아나는 그런 곳이었다. 이탈리아말로 “성스러운 돌” 이라는 뜻을 가진 피에트라산타를 떠나 한 시간쯤 걸려서 라 스페치아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라 스페치아/친꿰떼레
이곳에 오기 까지는 들어 보지도 못했던 라 스페치아 (La Spezia)도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분위기의 이름다운 항구 도시다. 이탈리아 북부 피사 (Pisa) 에서 제노아 (Genoa) 로 가는 길목의 이 도시는 예로부터 지리적으로 전략적인 요충에 있어서 나포레온을 위시한 침략자들의 주요 목표가 되었던 곳으로 해군 조병창과 군수기지였었고 지금도 이탈리아 해군기지가 있다고 한다. 때문에 2차대전 때에는 연합군 공군의 폭격으로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지 냄새라고는 전혀 풍기지 않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같았다.

지금 우리가 가고있는 친꿰떼레 (Cinque Terre)는 라 스페치아에서 제노아 방향으로 약 10여 키로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 리구리아해 (Mare Ligure)에 면한 약 18키로미터 길이의 해안과 절벽에 모여있는 리오 마지오레 (Riomaggiore), 마나로라 (Manarola), 코닐리아 (Corniglia), 베르나짜 (Vernazza)와 몬떼로쏘 (Monterosso) 등 다섯개의 마을이다. 보통 라 스페치아에서 배나, 기차 또는 버스로 가게 되는데 우리 일행은 버스로 가려던 원래 계획을 바꾸어 기차로 가기로 했다. 해안도로와 절벽 위 산허리를 이은 많은 터널을 지나 15분쯤 걸려서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지오레에 도착했다. 이곳은 작은 골짜기에 한편으로는 절벽에 빨래들이 널려있는 집들이 사람 냄새를 물신 품기며 서있고 다른 쪽에는 언덕 길을 조금 오른 곳에 작으마한 기념품점을 겸한 카페가 있다. 비치파라솔이 걸린 카페 테이블에 앉아 에스프레쏘를 시켜놓고 출렁이는 바다의 정취에 취하며 바로 아래에서 제각기 스켓치에 여념이 없는 남녀들을 보니 마음이 여유러워 좋다. 다음은 기차로 두 정거장 떨어진 코닐리아로 갔다. 몇개 되지 않는 작은 길들은 다 바닷가로 나있고 그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과 집들이 있고 그 사이사이들에 작은 텃밭들이 있어 푸른 바다와 언덕들이 편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코닐리아를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다섯 마을 중 제일 크고 우리가 떠나온 라 스페치아에서는 제일 먼 몬떼로쏘 마을에 도착 했다. 이곳은 유일하게 모래사장이 길게 뻗은 해수욕장이 있고 해변을 따라 작은 호털들과 음식점들이 있어 붐비었다. 해변길을 따라 깊숙히 들어가서 Bar Fegina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강열한 이탈리아의 태양이 아름다운 해변, 새하얀 린넨 테이블 크로스가 덮인 식탁에서 모처럼 캰티와 함께 즐긴 점심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친꿰뗄레는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다고 하는데 그 외딴곳 급경사의 바위벽에 집들을 지어 마을들을 이루고 집들마다 남는 땅들은 텃밭을 일구어 포도며, 올리브며 채소들을 심었는데 텃밭들 또한 비탈들에 테라스 식으로 만들고 그 경계를 돌담이나 울타리를 예쁘게 쳐서 바다와, 산과 자연의 경관이 이룬 아름다운 조화는 한포기 그림과 같았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 외딴 해변 마을들 어디에서도 우리나라 해변들처럼 생선이나 오물 썩는 냄새를 맡을 수 없었고 또 그 절벽과 벼랑들에 세워진 집들에도 상하수도와 개스 시설이 다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라 스페치아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다섯시간 쯤 달려서 밤 아홉시쯤 베니스에 도착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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