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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010년 여름방학, 한 전시장 풍경에 대한 상상

이승환

텔레비전의 쇼 프로그램이 재미없어질 때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영 일레븐과 젊음의 행진에서부터 출발하여,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까지가 내가 즐겼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멀어지더니, 이제는 어쩌다 채널이 쇼 프로그램에 머물면 머리가 아파진다. 시시콜콜한 사담(私談)이 토크의 중심을 이룬달지, 댄스 중심과 립싱크를 가지고 가수의 본질을 운운하는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서가 아니라, 수시로 부침(浮沈)하는 출연진과 또 그들의 노래에 대한 정보 부재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나와 세대가 다른 그들의 문화에 이제 내가 접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의 부재는 공감대의 상실로 이어지고 결과는 피로함과 기피다.

최근 몇몇 전시에 있어서 조금씩 변화의 느낌을 감지한다. 더 정확히는, 그 전시들의 소구대상이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갤러리에서는 공짜로 전시도록을 가져가는 불청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었다. 방학 과제로 전시장에 가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그에 대한 증거물로 전시도록을 가져가야만 했던 학생들과, 권당 3천원 정도였던 팜플렛을 수호하기 위해 각종 도구(한 갤러리에서는 투명 낚시줄로 샘플 도록을 묶어 놓았던 웃지 못할 실례도 있었다)를 동원하는 직원들간의 실랑이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대형 갤러리를 중심으로 학생과 어린이를 위한 기획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을 중심으로 소구층의 취향을 고려한 작품들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일련의 전시들은, 대형 작고 작가나 중진 이상의 작가 작품전 일색인 대형 갤러리들의 전시관행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그러나 아직도 관객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 및 이를 통한 전시기획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나는 피카소와 백남준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들을 볼 때 보다, 이모씨의 평면과 박모씨의 감각적인 영상에서 감동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생각하고 또 표현한 작품을 동세대로써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학생 참여를 위한 전시라면 그들과 같은 세대의 작품이 필요하다. 기존에 포착되지 않았다면 만들기라도 해야 할 듯 싶다. 최근 구속된 대중 음악계 이모씨의 시시비비는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발굴했던 보아는 계속해서 동세대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가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것이다. 시각문화에 있어, 특히 미술문화에 있어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밀접한 공감대 형성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구의 두만강에 고개 끄덕이는 70대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에 눈물 글썽이는 5, 60대가, 조용필의 겨울 찻집을 노래방에서 열창하는 40대가, 그리고 강산에의 라구요가 18번인 내가, 보아나 세븐에 열광하는 10대 20대를 결코 가슴 깊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소년과 청소년,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그들만의 문화가 빠진 자리는 어쩐지 공허하다.
1995년 겨울방학의 풍경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전시장 분위기 체험은 2003년의 풍경을 거쳐 다시 2010년의 모습을 상상해 보게 한다. OO중학교 재학 중인 김아무개 학생의 개인전에는 또래들이 모여 북적대고 있다. 성인작가의 작품을 흉내내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개성을 드러낸 작품들이 있는 전시장의 안과 밖은 마치 공개방송전의 방송국로비처럼 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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