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4)미술을 시민사회의 너른 품으로

김준기

'이제 이쯤에서 내 부조(?)는 그 역할이 다 됐나 싶네요. … 그날(미술인회의 창립일) 정다운 이웃 집 잔치에 축하하러 가도 되겠지요.'

미술인회의 창립 준비위원으로 이름을 걸었던 한 선배가 며칠 전 게시판(www.misulin.org)에 탈퇴의사를 밝히면서 올린 글의 일부이다. 미술인회의 창립준비모임에 함께 해 주십사 말씀드렸던 나로써는 약간의 서운함을 가졌지만, 이내 그 심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 다음과 같은 뱀발(蛇足)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라고 인자 이름은 빼주라 … 요새는 진짜 큰 일이 없어서 긍가 우째 사소한 일에 찐드기 붙는 넘들이 너무 많어. 일일이 답하기도 귀찮네~!…'<오랜 지인과 후배가 권면하기에 잠시 이름으로 부조를 했으나, 웬만큼 모임의 틀이 잡혀 창립을 앞두고 있으니 이제는 젊은날부터 몸담았던 친정으로 돌아가시겠다는 것이었다.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그분의 뜻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지만, 이 대목에서 미술판의 속좁음을 개탄하며 좀 과한 비유를 들어볼까 한다. 재향군인회 등의 반공단체와 한나라당의 일부 지도급 인사들이 모여 인공기를 불태우는 세상이다. 한나라당은 보수 또는 수구 세력을 결집해 정치권력을 쟁취하겠다고 모인 정당이며, 재향군인회 등은 반공을 지향하는 사회단체이다. 이 두 단체의 찰떡궁합은 너무나 자연스러워보인다. 아니면 민노당원이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한다고 생각해보자.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직능ㆍ이익단체 또는 정당 등의 결사체와 시민사회단체는 그 모임의 범주와 방법이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서로를 관대하게 용인하며 사안에 따라 협조할 수 있는 유연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미술인회의는 작가를 주축으로 하는 미술인 전문가들의 직능ㆍ이익단체가 아니라 미술문화를 '시민사회의 너른 품으로' 인도하는 사회단체로서의 지향을 함께 가지고 있다. 미술이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 구성분야로써, 제 몫을 담당할 수 있는 미술의 '자기정당화 과정'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인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자는 데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겠는가. 미술교육을 정상화하여 건강한 문화시민을 길러내는 데 미협과 민미협이 따로 있어야만 하는가. (가칭)미술인회의가 표방한 이념과 계파와 분야를 초월한 범미술인네트워킹의 가능성은 그 지향을 미술계 내부에 두는 것이 아니라 일반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미술의 자리매김을 사회 일반화하는 데 있다. 좁은 미술판 안에서 내오네오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한 선배의 귀향의지 그 자체에 관해 딱히 논평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뒤에 깔려있는 너와 나를 구분하려는 속좁은 미술판의 한계를 이제는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 며칠 전에 뒤늦게나마 이런 제안을 하게 했다.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미술네트워크'라고 단체 이름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너무 뒷북치는 발상이라 이름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변치 않을 혹은 변치 말아야 할 한 가지 약속이 있다. 새로 생기는 모임이 좁은 미술판에 밥숫가락 하나 더 보태 놓고서 더 먹겠다고 아웅다웅하지 않을 혹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