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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홍두깨?

정준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글/ 정준모(문화정책,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오늘 아침 조간을 펼쳐들다 깜짝 놀랐다. 기무사부자 즉 삼청동 올라가는 초입, 사간동에 자리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와 국군통합병원 부지를 활용해서 “현대사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간 미술계가 합심해서 이 땅에 미술관 건립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던가를 간과한 아닌 밤중에 홍두께 같은 뜬금없는 이야기이다. 미술인과 시민들은 이 부지는 당연히 미술관으로 활용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무사가 과천으로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서슬이 퍼렇던 기무사의 이전을 미술계가 요구하면서 비롯되었다. 이 일은 1995년부터 시작되어 1996년 2월 고 조병화, 고 장세양, 이두식, 김홍남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설립하자는 건의서를 관계요로에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DJ정부에서 검토를 시작했으나 기무사 이전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져 오다 2000년 다시 기무사기 슬그머니 현 건물 철거 후 그 위치에 기무사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예총, 민예총, 미협, 민미협 등이 미학과 철학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혼연일체가 되어 기무사 신축안을 반대하면서 이전을 요구했다.

이런 미술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주장이 비등하자 당시 문화부장관이던 박지원이 김필수 국군기무사령관이 만나 기무사를 교외로 이전하고 이곳을 문화시설로 활용토록 요청하면서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미술계는 꾸준하게 과천 산골짜기에 유배된 것이나 다름없는 국립미술관의 서울관 또는 국립미술관 건립을 주장하면서 나름대로 이를 소원하는 전시회를 50여개 화랑에서 75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개최하고, 2005년 여름에는 역사적인 근대건축물들을 유적으로 보존하자는 취지의 국제적인 단체인 도코모모 코리아아 함께 <기무사 부지를 활용한 미술관 건립 건축 전국공모>전 개최해서 근대유적인 현 건축물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실 기무사는 2001년 기무사를 과천시 내곡동 이전을 추진하였으나 입지 조건이 맞지 않아 후보지 변경해서 과천시 주암동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천시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자 이전사업은 차일피일 미루어 졌고 <미술관 건립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모임>도 그 추이를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과천시와 기무사가 건설허가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기무사 이전이 차일피일 미루어지자 2005년 말 미협을 중심으로 미술인들이 나서서 국회, 국방부, 문화부에 기무사 이전을 속히 처리해 줄 것과 과천시에 직접 건설허가를 요구하면서 기무사는 이전관련 건설허가를 과천시로부터 얻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2006년 5월 착공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기무사 이전은 그 부지에 미술관을 세워달라는 미술인들의 희망과 열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그 기무사를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이전하고 그곳에 미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미술인들의 여망과 인구 천만이 넘는 OECD 가입국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는 낮 뜨거운 일을 모면케 해 달라는 시민들의 열정이 기무사이전을 기능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민과 미술인들의 20년 땀과 열정이 담겨있는 기무사 부지에 미술관이 아닌 “현대사박물관”을 건립한다니 이는 미술인과 시민들을 농락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무사가 무서워 당시에는 관료들도 대통령조차도 이전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이제 이전이 임박하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염치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소통이 부족하다더니 정말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이전에 공을 들인 미술인들과 시민들의 의견은 한마디 물어보지 않고 이렇게 몰아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인들이 시민들이 만만해서 일까. 아니면 환쟁이라 홀대하는 것일까.



사실 기무사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문제는 기무사 이전이 결정된 후에도 그 부지 안에 대통령전용병원이나 다름없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있는 때문에 그 결정이 미루어져 왔다. 그리고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지방분권화를 위해 지방으로 국가기관들을 이전하는 마당에 서울에 무슨 국립기관이냐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정권에서는 친 문화예술정책을 펴서 국민들이 마음이 넉넉한 진정한 부자로 만들어 줄 줄 알았더니 십 수년을 기무사 이전을 외쳐온 사람들의 마음과 의견은 헤아려 주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니 말이 나오질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미술관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문화부 관료나 미술관 사람들에게 팔짱만 낀 채 남의 일처럼 여겨 책임을 방기한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십 수 년 전부터 기무사 부지는 미술인들의, 시민들의 마음 속에 이미 미술관이 들어서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시민과 미술인들의 지난 10년의 노고가‘뻘 짓’이 아니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들도 화내고 자신들의 의사도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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