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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안공간의 대관료

최금수

남한의 전시공간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서울 인사동에서 본격적으로 현대미술품이 전시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이다. 그렇다면 대략 30여년 남짓한 역사를 기록할 수 있겠다. 출발은 상업화랑이었고 1980년대 초중반 대관화랑이 주목받았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기업미술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IMF 이후로 기업미술관들의 활동이 주춤했다가 최근에 다시 활기를 얻고 있다.

요사이 젊은 작가 또는 전시기획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시공간은 대안공간이다. IMF 전후로 생겨난 이 대안공간들은 위축된 미술계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주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안공간들도 해를 거듭하면서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일단 이름을 대안공간으로 내걸었을때는 그만한 대안이 있어야 하고 그 대안을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너무나 버겁다. 대부분의 대안공간들은 물리적으로 그 공간을 유지할 최소한의 경비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기에 미술적 대안을 생산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마련을 위해 여러가지 묘수들을 궁리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대안공간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차별화된 인적 네트워크이다. 작가, 기획자, 평론가, 애호가들이 서로 소통하며 타 전시공간 또는 여타 미술계의 주장들과 차별화된 내용들을 생산해낼 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대안공간을 표방하는 곳 중에 이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는 곳이 있는가에 대해 의심이 간다. 그나마 젊은 작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대안공간 풀」의 경우 「포럼A」라는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대안을 창출하고 있으며, 「대안공간 루프」의 경우 외국작가들과 신진작가들의 교류를 통해 그 성과를 축적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간들도 대안적 작가군 형성에 있어서는 나약함을 보이고 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A라는 대안공간과 B라는 대안공간이 내걸은 대안이 서로 상충되는데 작가군들은 그 작가가 그 작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일정 성격을 표방하는 「대안공간 풀」, 「대안공간 루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아트선재센터」,「인사미술공간」, 「쌈지스페이스」, 「일주아트하우스」, 「아트센터 나비」 등에서 읽혀지는 작가군들이 그 폭을 넓히지 못하고 몇몇 작가들로만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심지어 권위적인 기업미술관과 상업화랑들도 이에 합류하여 그나마 만들어낸 미술적 대안들을 희석시키고 있다. 다시말해 차별화된 창조적 대안은 실천되지 못하고 곧바로 합의된 문화 쪽으로 편승되어 대안공간의 실질적인 성과들이 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몇몇 젊은 작가들이 대안공간에서의 전시를 예전 국전 또는 민전 등 공모전이 전이된 형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각 공간에서 표방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고 일종의 포상효과로만 읽는 탓이다. 결국 이들에 의해 대안공간은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관료 없는 전시공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비록 영세한 운영 때문에 대관료를 받을지언정 전시진행자들로부터 일정 성격의 작가군이 관리되는 공간이 더 대안공간 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대안공간의 대관료는 결코 무료이거나 대관화랑보다 싼 것이 아니다. 해당 대안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대안제시 및 실천을 위한 노력 등이 대안공간의 대관료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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