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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나의 영혼이 미소를 지을 때

서성록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일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욕심으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다. 부질없는 데에 생각을 빼앗기지도 않으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존재인지 확인할 때가 바로 독거(獨居)의 시간이다. 파스칼은 오래 전에 통찰력 있는 말을 했다.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이 한가지 사실, 즉 자기 방에 조용히 머물러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팡세)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잘못된 일을 삼갈 수 있다. 올바른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 밀린 일이 많아 고단할 때의 처방책은 침묵과 고독이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침묵과 고독은 익숙지 않다. 마음의 잡념과 부산함 때문에 시달림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흙탕물은 한동안 가만히 두어야만 맑아진다. 잡념과 부산함도 한동안 가만히 두어야만 가라앉게 된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잠잠히 있으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으며 귀에 들리는 것 이상을 들을 수 있다. 보이는 것은 처음에는 어렴풋하게 보이고 소리는 희미하게 들리나, 우리 마음의 렌즈를 잘 조절하면 망막과 귀너머 저편으로 다가갈 수 있다. 사철이 어쩌면 그처럼 정확하게 바뀌며 제때에 꽃들이 피고 적당한 시절에 비가 내리는지, 뜨거운 여름의 햇살에 순종함으로 가을을 준비하는 과일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른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지..

좀 거창하지만 우주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태양이라고 부르는 별의 주위를 도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 태양은 지구보다 1백30만배나 크지만 우주에는 태양보다 백만배나 더 밝은 별들도 많다. 은하계에는 약 1천억 개의 별들이 있으며, 은하계의 길이는 10만 광년에 이른다.(참고로 1광년은 10조Km 정도다.) 그런데 태양계가 속해 있는 것과 같은 은하계가 수백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사람은 극미한 존재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넓은 세상에서 잠깐 왔다 가는 순례자임을 깨닫는다. 순례자는 늘 순례자다워야 한다.

목표를 확실히 정하여 가는 사람이 순례자이다. 확실한 목적지가 없으면 방랑자가 된다. 방랑자와 순례자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인생을 방황 자체로 끝내고 순례자는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나는 지금 너무 현실에 매달려 전전긍긍하지 않는가? 순례자로 왔다가 어쩌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혹시 방랑자로 전락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한다. 또하나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나의 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이 기적의 열쇠를 쥔 것으로 바꿀 수 있도록, 또한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작은 빛,작은 희망,작은 환대를 배달할 것을 생각해본다. 이런 것들을 궁리하는 시간은 즐겁다. 꿈꾸는 것만으로도 나의 영혼은 미소를 짓는다.모난 데가 많은 성격, 부족한 포용력, 조급한 인내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해, 나를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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