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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미술관 전문인은 어떻게 선발되는가

박신의

지난 8월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학예사 3명 모집에 28여명이 시험을 치뤘다. 대체로 미술관 학예사 모집 공고는 많은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필자 역시 대학원과정에서 전시기획과 큐레이터쉽, 미술사 등 학예사 양성을 위한 강의를 하고있는 터에 이번 공고에 관심을 갖게됨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필자로부터 강의를 받고 실습을 해 온 학생들은 지원자격에서 제외되어 아무도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빌어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채용공고 조건이 실제로 필요한 인력을 적절하게 선발하여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있느냐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을 보면 미술관이 규정하고 기대하는 전문인의 내용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비단 국립현대미술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공립미술관에서의 전문인 채용에 대한 문제와 맞물려 있고, 멀게는 큐레이터 자격증 취득과도 얽혀있는 것이니 오히려 문제는 어떤 특수한 차원에 있기보다는 근본적인 데 있다고 볼 수 있다.<일단 학예사 채용 시험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보면 다음과 같다. 관련학과는 미술학과, 미술사학과, 예술학과, 미술교육과 졸업자이고, 어학성적은 TEPS 625점 이상, TOEIC 700점 이상, TOEFL 530점 이상이며, 학교장 추천서를 필히 제출해야 한다. 시험 과목은 영어와 현대미술론, 문화사가 필수과목으로 객관식이며, 주관식인 한국미술사와 동양미술사, 서양미술사, 예술학, 미술관학 가운데서는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시험을 통한 객관적 평가라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학교장 추천서 제출이라는 조건에서는 특채의 의미를 띄고있어 모순이 된다. 학교장 추천은 실질적인 평가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흔히 관공서에서 행하는 요식행위와도 같은 것이어서 의미 없다고 본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시험과목에 있다는 생각이다. 시험과목을 보면 미술관이 규정하는 학예사의 조건을 읽을 수 있다. 일단 영어에 대한 실용적 요구는 일반적인 것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미술론이나 문화사는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지식과 인문교양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학예사의 행동내용과 실천에 비하면 너무 이론적인 데 치우져있다고 보여진다. 학예사란 과연 무엇일까. 학예사란 일반적으로 박물관적 개념에서 연구직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실제로 이 같은 규정은 현대미술관에서 이미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다. 오늘날의 미술관에서 라면 학예사란, 관객과의 관계를 용이하게하고 새로운 비평적 쟁점을 제안할 수 있는 전시기획을 실천함으로써 미술관 문화의 활성화를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예사란 정적인 개념에서의 연구직이 아니라, 다양한 기획력을 발휘하는 동적이고 창의적인 전문인이어야 한다. 그에 반해 그나마 이론과 실제를 통한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할 수있는 미술관학이 선택과목으로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사안이다. <미술관학은 미술관의 운영과 기획, 조직과 마케팅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자 문화형성과 합리적 제도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제시하는 이른바 경험을 통한 이론적 성찰을 담는 학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미술관학을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련학과로 규정한 어떤 학과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 자체가 모순이다. 학예사가 미술관학을 모르고 어떻게 자신의 행동지침을 만들어갈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번 채용시험에서 미술관학 문제를 출제했지만 지원자 중 아무도 이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 채점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결과는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미술관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학과는 대학원 과정의 문화예술경영학과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문화예술경영학과는 관련학과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적절한 채용조건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당연한 것이다. 이 문제는 앞서 말했지만 한국 미술관에서 겪는 근본적인 문제이니 다 함께 고민해 볼 주요사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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